지난 3월,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 세계식량계획 사무총장은
전 세계가 식량위기를 맞았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이와 유사한 전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유레카 지식냥,
교양이와 함께 알아보자.
뉴스 봤어?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올지도 모른대.
응, 올해 2월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돌입하면서 그렇게 됐어. 두 나라는 밀·보리·옥수수 등 주요 곡물 수출국으로, 특히 밀의 경우 전 세계 교역량의 약 30%를 담당하거든. 그런 두 국가가 전쟁 중이니 곡물 생산이 잘 안 되고, 수출용 선박이 드나들 항구도 막혀 전 세계 곡물 수급에 차질이 생겼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 세계 식품가격지수가 6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을 정도야. 필요한 만큼 식량이 공급되지 않으니 가격이 오른 거지.
문제는 인도·터키·아르헨티나 등 다른 곡물 수출국도 수출량을 제한하게 됐다는 거야. 당장 자기 나라의 먹을 것도 부족할까 봐 내린 결정이야. 그러니 필요한 곡물을 수입해서 충당하던 나라들은 모두 심각한 식량위기를 맞게 됐어. 이집트·이란은 밥상 물가가 15% 이상 치솟았고, 카메룬에선 약 1300만 명이 기아 위험에 처했다고 해. 밀 수요량의 45%를 러시아·우크라이나에 의존하던 스리랑카에서는 식량 가격 폭등으로 지난 5월 소요 사태가 벌어져 총리가 사임하기도 했고.
저런… 곡물 수입이 안 되는 게 특히 문제인가 보네?
곡물이 인간의 기초 식량이라서 그래. 특히 밀·쌀·옥수수는 각각 유럽·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 인구의 주식이라 ‘3대 작물’로 꼽혀. 국제 곡물 생산량의 80% 가까이가 밀, 쌀, 옥수수야.
이 중에서 쌀 수급은 큰 문제가 없어. 주로 아시아에서 재배되는 쌀은 국제 생산량의 약 10%만이 무역을 통해 거래되고, 대부분은 자국 내에서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야. 우리나라만 해도 쌀은 자급자족하잖아? 그런데 밀이랑 옥수수는 달라. 세계 밀 수출량의 73%, 옥수수 수출량의 93%를 각각 상위 5개 수출국이 담당하는데 이들에게서 120여 개국이 밀과 옥수수를 사들이고 있어. 따라서 주요 수출국 몇 나라에서 생산 차질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전 세계가 식량위기에 빠지게 돼. 그래서 세계 각국이 식량자급률을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야.
잠깐, 식량자급률이란 게 뭔데?
식량자급률은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 국산 먹거리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해. 식량자급률이 높은 국가들은 수입에 의존하지 않아도 국내에서 먹을거리 대부분을 충당할 수 있으니, 해외 정세가 어떻든 식량위기를 겪지 않을 확률이 높아. 참고로 곡물자급률은 식량 중에서도 곡물 분야만 따지는 것이고!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어때?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020년 기준 45.8%, 곡물자급률은 19.3%로 OECD 최하위 수준이야. 특히 곡물자급률 문제가 심각한데, 쌀이야 거의 100% 자급이 가능하지만 밀 자급률은 0.7%, 옥수수는 3.5%, 대두는 26.7%에 그쳐서 수입에 의존하고 있거든. 그 여파로 올해 3월 수입 밀 가격이 재작년 대비 46%까지 치솟자, 4월에 해태·롯데제과가 각각 대표 상품인 허니버터칩과 빼빼로의 가격을 13.3% 올리기도 했어. 파리바게뜨는 빵과 케이크류 가격을 평균 6.7% 인상했고.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해 내내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해.
이러다 우리나라도 식량위기로 골머리 앓는 것 아냐? 해결책은 없어?
일단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 곡물자급률이 낮으니 세계 곡물시장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야. 세계 곡물시장이란 세계적인 차원에서 곡물의 생산·가공·유통·분배가 이뤄지는 시스템을 뜻해. 문제는, 이 세계 곡물시장이 선진국이나 거대 식품 회사한테 유리하게 짜여 있다는 거야. 세계 곡물시장을 좌우하는 이들이 갑자기 식품 가격을 비싸게 올리기라도 하면, 식품을 수입에 의존하던 국가로서는 대항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야.
그래서 최근 식량주권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어. 식량주권이란 한 국가의 민중이 고유한 식량과 농업 체계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해. 또한 생태계에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식량에 대한 권리이지. 식량주권이 확보되면 다른 나라 눈치 볼 필요 없이 안정적인 먹거리 수급이 가능하니 얼마나 좋겠어!
▶식량위기, 걱정된다면?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64호(2022.07)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