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비문학] 할배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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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모진 시간의 풍파를 헤치고 살아온,

가장 보통 사람의 목소리가.

그동안 들리지 않았던 그 목소리는

당신과 나와 그를 이어줄, 연결의 단초다.

    

경복궁 근처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할 때였다. 일명 태극기 부대라고 불리는 노인들이 카페에 자주 왔다

태극기를 등산 가방에 꽂고 온 이들은 음료가 왜 이렇게 비싸냐’ ‘벤치에 앉게 해주면 안 되냐같은 곤란한 질문을 수시로 던졌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넘어,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기 싫었다. 난 그들을 꼰대라고 정의 내리고 잊어버렸다

그래서 남성 노인들의 인생 이야기를 다룬 책 할배의 탄생을 처음 알았을 때 

도대체 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나?’ 의문이 든 게 사실이었다.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울 것 같았다

하지만 궁금증이 앞섰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인 최현숙도 이 작업을 위험해서 매혹적이라고 했다.

 

 

 

할배의 탄생은 김용술과 이영식, 두 남성 노인이 살아온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위인전이나 자서전과는 형식이 사뭇 다르다

할배의 탄생은 주인공의 입으로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직접 들은 다음 최소로만 재구성하는

이른바 구술생애사형식을 취하고 있다

말의 형태로 한 사람의 생애를 전해 듣고, 그를 통해 사회와 역사를 해석하는 일종의 연구 방법이다

구술생애사의 주인공은 주로 발언권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다

자신을 내보일 능력이 되는 사람들은 직접 책을 쓰거나 영화를 만들거나 하면 된다

이들은 이미 자신들의 의견을 세련된 방식으로 잘 내보이고 있다

하지만 교육의 기회가 적었던 노인, 여성은 그럴 수 없다. 구술생애사는 이들에게 마련해주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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