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시간을 붙잡을 수 있을까.
붙잡고 싶어도 손안의 모래처럼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 버려서
마음이 아린,
사랑하는 이의 시간을.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는 아니 에르노가 1983년부터 1986년까지 어머니를 병문안하면서 쓴 일기에 기반한다.
따로 살던 어머니가 치매 증상을 보이자 자신의 집으로 모셔온 아니 에르노는
증상이 점점 악화되자 어머니를 요양 병원에 모시게 된다.
어머니의 육체는 갈수록 쇠잔해진다. 그녀를 묘사한 문장은 마치 현상된 사진들을 보는 것 같다.
‘쭈글쭈글 흉하게 변해버린 어머니의 두 손’ ‘관절로부터 불쑥 튀어나온 집게손가락’ ‘가늘고 자그마해진 어머니의 몸’
‘어머니의 다리 살갗은 결마다 주름살이 잡혀 있고, 이제 막 머리를 짧게 잘라주어 쭈글쭈글한 목’ 같은 부분이나,
‘초롱초롱했던 눈망울이 이젠 빛을 잃어’버린 모습등이 그렇다.
어머니는 어느 날 갑작스레 돌아가신다. 그가 마흔세 살 때였다.
아니 에르노는 시대적 상황과 사랑, 결혼 생활, 낙태와 유방암 투병 같은 개인적 경험은 물론
부모에 대한 기억을 엮어내 많은 책을 써왔다.
생전 어머니가 어떤 사람, 어떤 여성이었는지를 되돌아보는 소설 《한 여자》처럼.
그는 자신의 글이 개인적인 것, 즉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낸 자전소설로 읽히기를 거부한 바 있지만,
이를 염두에 두더라도 내게 아니 에르노의 책 몇 권은 끝내 ‘그의 이야기’로만 남았다.
그러나 이 소설만큼은 달랐다. 이 소설에는 ‘내 이야기’로 읽히는 지점이 많았다.
그렇다고 엄마는 물론 가까운 지인 중에 치매를 앓는 이도 없는 내가
‘어린 시절 엄마를 바라보던 나의 눈’과 ‘삼십 년 전 내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어머니의 눈’을 찾는 그의 이야기를
온전히 내 자신의 이야기로 읽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무엇보다 나는 작중 ‘나’를 가장 당황케 만드는 어머니의 돌발행동을 알지 못한다.
어머니는 다른 사람에게 ‘나’를 가리키며 저 여자를 아느냐고 묻거나,
빼앗길까 봐 과자 봉지를 손가락으로 힘 있게 꽉 움켜잡는 아이 같은 행동을 보이거나,
방 안 여기저기에 오줌을 누고 다니면서 서랍에 똥 덩어리를 넣어 둔다.
‘나’는 ‘제정신이 아닌 어머니처럼 나 역시 광기 어린 시선으로 어머니를 쳐다보고 있는 장면이 자꾸만 연상’되어 엉엉 울고 싶지만
차마 울음을 터뜨릴 수가 없다고 말한다.
※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55호(2021.10)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