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2020년의 호주 산불.
무려 165일 동안 불길을 잡지 못했던 호주 산불은 남한 면적보다 더 넓은 지역을 태우고 6500채의 건물을 전소시키고서야 끝이 났다.
이 산불로 코알라를 비롯, 10억 마리가 넘는 야생동물이 죽었고
113종의 동물이 서식지의 30% 이상을 잃어 ‘긴급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이 어마어마한 호주 산불의 원인은 뭘까?
대부분의 기후학자들은 인도양의 동부와 서부 간 극단적인 온도 차가 발생하는 ‘다이폴(Dipole)’ 현상을 원인으로 꼽는다.
인도양은 호주와 아프리카 대륙 사이의 거대한 바다다.
태평양의 엘리뇨 현상과 비슷해 인도양의 엘리뇨라고도 불리는 다이폴 현상은
서인도양과 남동인도양 사이의 표층해수온도 차이가 주 원인이다.
2020년 당시 서인도양엔 이상고온, 남동인도양엔 이상저온 현상이 나타났다.
뜨거워진 서인도양에서 상승한 공기가 반대쪽인 호주 상공에서 하강해,
습기를 몰아내고 폭염을 만들어 호주 전역을 불쏘시개로 만든 것.
2020년 인도양 동·서쪽의 온도 차는 60년 만에 가장 컸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러한 온도 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져
다이폴 현상은 더 빈번히, 장기간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세계의 바다 수온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1987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 바다의 평균 온도는 이전에 비해 무려 450%, 즉 4.5배나 올랐으며
이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그로 인해 다이폴 현상 이외에도 슈퍼태풍, 엘니뇨 현상 등
수많은 기상이변이 점점 더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 위험은 이미 현실이 됐다.
2020년 12월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도시의 85%가 물에 잠기는 사고를 겪은 뒤
한화 약 8조 원을 들여 1개에 300t짜리 해양 방벽을 78개나 쌓았다.
미국 뉴욕은 2012년 허리케인 샌디로 157명이 사망하고 70조 원 넘는 손실을 본 후 맨해튼 동부에 해안 방벽을 건설 중이고,
2021년 6월 4일 덴마크 의회는 수도 코펜하겐 앞바다에 한화 약 3조 5000억 원을 들여
3만 5000여 명의 주거지를 확보할 수 있는 거대한 인공 섬 건설 계획을 승인했다.
사실 바다의 온난화는 육지(대기)의 온난화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다.
바다는 육지에 비해 열을 축적할 수 있는 능력이 약 1000배가량 큰데,
이러한 바다가 따뜻해진다는 건 그만큼 높은 임계점을 넘어버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를 제대로 측정하려면 바다 온난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54호(2021.09)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