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이 우리 삶의 의미를 말해줄 수 있을까요?
이 책의 저자 룰루 밀러가 일곱 살일 때, 문득 자신이 왜 살아야 하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아빠에게 “인생의 의미가 뭐예요?”하고 물었죠. 그런데 룰루의 아빠는 자신의 어린 딸에게 이렇게 답했어요. “네 삶에 의미 따윈 없어. 지구에게 넌 개미 한 마리보다 덜 중요한 존재라고도 할 수 있지.”라고요.
사람들은 흔히 과학을 가치중립적이라고 말합니다. ‘원자폭탄 하나로 여의도를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을까?’ 같은 질문처럼 실험과 검증이 가능한 사실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과학의 영역이지만, ‘여의도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건 나쁜 일일까?’ ‘원자폭탄은 착한 것일까?’ 같은 질문에 대해 도덕적인 가치판단을 내리는 것은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일곱 살 딸한테 저렇게 말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닌가요? 아마 룰루 아빠의 MBTI 세 번째 글자가 T가 아니라 F였다면 이렇게 말했을 거예요.
“오, 룰루!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만 같은 내 소중한 딸. 넌 내게, 그리고 우리 가족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특별한 존재야. 바로 그게 우리가 네 행복을 바라는 이유고 네가 살아가는 이유란다. 하지만 딸아, 주의하렴. 이 세상에서 너만 특별하다는 생각은 버려야 해. 개미 한 마리의 생명도 그 개미와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 생명들에게는 룰루 너의 생명만큼이나 소중할 수 있단다.”
하지만 룰루 아빠는 자기 딸 인생의 의미를 설명하는데 굳이 ‘우주론적 관점’에서 대답하는 쪽을 택했죠. 문제는 어린 룰루가 아빠의 이 대답에 큰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1분에 한 알씩, 쓰러질 때까지 수면제를 먹고 응급실에 실려가는가 하면 날카로운 것을 찾아 자신을 찌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될 만큼 말이죠.
이 책은 자기 삶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매정한 아빠의 말에 ‘과학적으로’ 반박하기 위한 저자의 몸부림이 담겨 있어요. 저는 외롭고 괴로운 경험을 바탕으로 이렇게 멋진 책을 엮어준 이 책의 저자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 책은 신 같은 절대자를 상정하지 않고 ‘과학적으로’, 제 존재의 의미와 제 삶의 가치에 대해서 제게 이야기해 준 첫 번째 책이거든요.
고백건대, 저도 지난 30년 이상을 룰루의 아빠와 같이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어요. 우주론적 관점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나 목숨 따위는 작은 모래알이 바람에 날리는 일처럼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요. 심지어 제가 느끼는 행복이나 목숨이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렇게 허무주의적이던 저마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러니 여러분께도 이 책이 오늘을 살아낼 용기가 되어주길, 타인을 사랑하고 돌볼 이유를 찾게 하는 불씨가 되어주길, 내일을 향해 나아갈 희망의 씨앗이 되어주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86호(2024.05)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