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방의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생태계와 환경유지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쉽게 체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빙하가 지구의 체온(온도)을 조절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음을 알면 빙하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빙하 지대는 지구 육지의 10%를 차지한다. 10%의 육지가 일제히 하얗게 빛나며 태양열을 우주로 되돌려 보내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빙하 위의 건조한 눈은 태양 빛을 80~90% 반사한다. 육지의 태양에너지 반사율이 15~25%인 것과 비교하면 마법 수준이다.
해빙의 태양에너지 반사율도 60% 정도로 높다. 일반적으로 바다의 햇빛 반사율은 고작 6%에 불과하다.
빙하가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태양에너지를 충분히 반사하지 못하고 태양열이 축적돼 지구 평균 온도가 27도 정도로 치솟을 것으로 예견된다.
현재 지구의 평균 온도는 15도. 보통 지구 온도가 1도 올라가면 지구 곳곳에 가뭄이 들고 킬리만자로의 만년빙이 사라지며,
기록적인 폭염, 폭우, 미세먼지 등 기상 이변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2도가 오르면 그린란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해 북극곰을 비롯한 북극 생물이 멸종한다.
12도가 올라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 불가다.
빙하는 해류의 순환도 촉진한다. 물은 수온이 낮고 염분이 많을수록 무거워져 밑으로 가라앉고, 수온이 높고 염분이 적을수록 가벼워져 위로 뜬다.
바닷물도 마찬가지다. 적도 부근의 바다는 태양광을 듬뿍 받아 물이 증발돼 염도가 높다.
이 적도의 해류가 위아래로 섞이면서 북쪽으로 올라가서 북극의 빙하와 해빙 사이를 지나가며 냉기를 얻어 차가워진다.
여기에 빙하에서 흘러나온 물이 일부 섞여 염도가 낮아진다. 다시 성분이 변한 해류는 여러 갈래로 나뉘어 남쪽으로 이동한다.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것이다.
해류의 순환은 추위와 열을 적절히 재분배해 다양한 식생과 인간이 살기 적합한 환경을 조성한다.
툰드라의 동토층도 지구의 체온을 조절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툰드라에서 살던 동식물이 죽으면 그대로 얼음 속에 파묻힌다.
이때 사체로부터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메탄도 함께 얼음 속에 봉인된다. 동토층 아래 잠들어 있는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양은 대기 중 탄소량의 2배에 달한다.
만일 동토층이 녹아내린다면 탄소가 다량 방출돼 지구온난화는 더욱 빨리 진행될 것이다. 어떤가, 빙하의 임무가 막중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