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공무원이 철밥통이라는 말도 이제는 의미가 없어졌다. MZ 공무원이 그 철밥통을 발로 걷어차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저연차 공무원의 공직 이탈률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5년 미만 조기 퇴직자가 2019년 6663명에서 2022년 1만 3321명으로 고작 4년 만에 무려 두 배 이상 늘었다.
MZ 공무원의 퇴직률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더딘 승진, 적은 초과수당, 민원인의 폭행·폭언, 일과 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악성 민원인을 상대하면서 초과근무를 해도 보수가 낮고 승진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가 적절한 보호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삶과 일의 균형, 즉 ‘워라밸’이 좋지 않아 이에 민감한 MZ 공무원들의 이탈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무원 업무집중 여건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저연차 공무원 2000여 명의 직급을 상향 조정하고 각종 승급 기준을 완화하는 등 승진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초과근무 상한 시간을 올리고 지자체별로 기준이 달랐던 행사 차출 초과근무 수당을 표준화한다. 악성 민원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책으로는 민원업무수당 지급 등을 제시하고,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공무원을 위해서 육아 시간 확대를 통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한다.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이 성실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적정한 처우를 보장하고자 이번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하며 “공무원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직무에 전념해 행정 서비스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 돋보기]
정부 대책이 시행되면, 공무원의 경제적 이익 늘어나나요?
공무원은 계급에 따라 정해진 호봉을 받습니다. 1급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면, 9급이 가장 낮은 수준이죠.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6급 이하 실무직 국가공무원 2000여 명의 직급을 상향 조정하고, 업무 특성에 따라 일부 9·8급 보직을 각각 8·7급으로 변경하기로 했어요.
근속승진도 확대했습니다. 근속승진이란 특정 기간 이상 근속할 경우 자동으로 승진하는 제도예요. 현재는 11년 이상 근속한 7급 공무원 중 성과우수자 40%를 뽑아 근속승진을 시키고 있는데, 이 승진 규모를 50%로 늘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근속승진을 위한 승진 심사 횟수도 연1회로 제한되어 있었지만 횟수 제한도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또 지방직 9급에서 4급까지 승진하는 데 필요한 ‘승진 소요 최저 연수’도 단축하기로 했어요. 원래 9급에서 4급까지 승진하기 위해서는 최소 13년을 근무해야 했습니다만 이제는 8년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초과근무 상한 시간도 올라갔습니다. 초과근무를 하면 근무외 수당을 받게 됩니다. 국가 입장에서는 공무원들의 초과근무가 많아질수록 비용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초과근무 신청을 할 수 있는 상한 시간을 정해두었는데요. 현행 ‘일 4시간, 월 57시간’이었던 것을 ‘일 8시간, 월 100시간’까지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지방공무원 급량비도 인상됩니다. 급량비란, 일정 근무 시간 외에 특별히 더 근무한 사람이 식사를 할 때 지급하는 비용입니다. 2016년부터 8000원으로 동결 중이던 급량비를 9000원으로 인상해 식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지자체별로 기준이 달라 문제가 되었던 행사 차출 초과근무수당 기준을 전국적으로 표준화했어요. 4시간에 6만원, 4시간을 초과할 경우에는 1일 상한액인 12만 원 내에서 근무시간에 비례해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정부 대책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안타깝게도 실제 공무원들의 반응은 싸늘한 편입니다. 일단 실효성이 낮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승진 기간이 단축된다고 한들 이론상의 이야기일 뿐 실제로 혜택을 보는 공무원은 적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에요. 한 공무원은 “8년 안에 4급으로 승진이 가능하다면 누가 행정고시를 보겠냐”며 현실성이 너무 없다는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악성 민원에 대한 대책 또한 근본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민원과 관련해서 필요한 것은 공무원을 실질적으로 보호해 주는 장치이지 수당이 아니니까요. 애초에 비상식적이거나 반복적인 악성 민원을 제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강제성 있는 지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연가일수 확대에 대해서도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수십 년간 내려온 경직된 조직 문화로 인해 연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분위기인데, 단순히 일수만 늘어난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죠. 반면, 반응이 엇갈린 정책도 있답니다. 바로 초과근무 수당 확대 정책이에요. 초과근무를 현실에 맞춰 반영한 점은 긍정적이라는 의견과 사실상 초과근무 그 자체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 중입니다.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86호(2024.05)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