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 특집 키워드] 불법 도박 사이트 마케팅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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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도박 급증, 접근성도 중독성도 모두 높아


우리나라에 인터넷 보급이 확산된 것은 1990년대 중반 무렵이다. 온라인을 통한 도박 관련 사이트가 처음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당시에는 현금을 전자화폐로 환전하거나 가상화폐를 이용해 금액을 베팅하는 식이었다. 2006년 7월경 도박형 게임장 ‘바다 이야기’ 사건이 터지면서 오프라인 사행성 도박을 강력하게 단속했고, 그러자 풍선효과처럼 온라인 도박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현실의 도박행위를 온라인상에서 하는 것을 온라인 도박이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온라인 도박은 신용카드로 결제해 칩을 구입하고, 전용앱을 이용한다. 온라인 도박은 오프라인 도박과 달리 시간·장소에 상관없이 언제나 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고 자연히 도박 중독성도 더 높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온라인 도박에 접근하는 데 아무런 장벽이 없다는 사실이다. 성인인증 절차가 없고, 있다고 해도 피해갈 방법이 너무 많으며, 가상화폐 역시 가입 제한이 없어서 성인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온라인 도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청소년들이 온라인 도박을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처럼 인식한다는 점이다. 




불법 무료 사이트, SNS, 유튜브, 개인방송 등 

청소년 이용 온라인 매체마다 불법 도박 사이트 도배돼 


대체 어떤 경로를 통해 청소년들이 온라인 불법도박에 빠지게 되는 걸까. 

온라인 불법도박은 도박중독은 물론 2차 범죄로까지 이어져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지만, 청소년들이 이 위험한 세계로 진입하는 길은 너무 평범해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든다. 친구나 선후배가 추천해서 시작하는 경우도 많고, 웹툰이나 웹소설을 공짜로 보려고 불법 무료 사이트를 찾다가 우연찮게 시작하는 일도 다반사다. 이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SNS나 유튜브, 개인방송 등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매체마다 불법도박 사이트 광고가 도배돼 있다. 어떤 경로든 사행적 호기심으로 접속해서 가벼운 게임이나 놀이처럼 시작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웹툰의 경우를 보자. 돈 내고 웹툰을 본다고 하면 코웃음을 치는 청소년들이 많을 것이다.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웹툰 시장의 경우, 그 규모가 2022년 기준 1조 5000억 원을 돌파했다. 덩달아 불법유통 시장 규모도 8000억 원으로 성장했다. 더 황당한 것은 트래픽(조회수)의 경우, 합법 사이트 트래픽(286억 8000만 회)에 비해 불법 사이트 트래픽(334억 2000만 회)이 더 높다는 사실이다. 즉, 불법 공짜 웹툰을 더 많이 본다는 이야기다. 

공짜 웹툰을 보기 위해 불법 사이트에 접속하면, 온라인 도박, 불법 대부, 성매매 등과 관련된 불법 사이트를 홍보하는 배너와 팝업이 빼곡하게 걸려 있다. 웹툰이나 웹소설 등을 불법으로 공유하는 사이트들의 주 수익이 바로 도박, 불법 대부, 성매매 등 범죄와 연결된 불법 사이트 광고료이기 때문이다. 불법 웹툰·웹소설 사이트뿐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 불법유통 사이트도 마찬가지다. 도박물과 성인물 사이트 광고가 범람한다. 이런 불법 사이트들은 또 다른 범죄로 가는 문턱 낮은 통로다. “불법 콘텐츠 공유 사이트에 접근하는 사람이 100명이라고 하면, 이 중 한 명은 불법도박 사이트에 접근해 도박을 한다.”(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    

실상을 알아보기 위해 불법 무료 웹툰 사이트를 접속해보니, 상단에 24개 정도의 배너가 빼곡했다. ‘레이싱, 범퍼카, 슈퍼스타, 솜사탕…’ 언뜻 평범한, 재미있는 게임처럼 보인다. 나이가 어릴수록 이 게임의 위험성을 알기 어렵다.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놀이, 즉 게임으로 인식할 뿐 온라인 불법도박이라고 정확히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누구든 작은 호기심으로 큰 불을 낼 수 있는 환경이다. 

일반인들도 온라인 게임과 온라인 도박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명확한 구별점이 있다. 바로 ‘현금의 환매성’이다. 온라인 불법도박은 게임머니 등을 이용하더라도 이를 이용한 도박자에게 현금으로 돈을 되돌려준다. 불법 오프라인 도박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      

한편 불법 공유 사이트 이용 자체가 도박, 사채, 성매매 등의 악질적인 범죄를 활성화하는 일이라는 점도 자각해야 한다.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86호(2024.05)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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