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 온라인 불법도박 영상과 기사를 보고 난 후 매우 놀랐다. 청소년과 관련된 사회문제들이 여럿 있지만 온라인 도박에 대해선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실상을 보니 충격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어리고 평범한 초중고 학생들이 손쉽게 불법 도박에 빠져들 수 있는 구조라는 점, 그리하여 초·중·고교생 상당수가 온라인 도박을 경험한 적이 있고, 여전히 ‘하고 있다’는 점에 너무 놀랐다.
그러고 보니 이와 관련한 내용을 드라마에서 본 기억이 떠올랐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주인공 연시은이 지능형 싸움으로 학교 안팎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맞서는 <약한영웅>. 이 드라마에 온라인 도박 관련 내용이 나왔는데, 당시 드라마를 시청할 때는 평범한 학생들과는 무관한 ‘자극적인 설정’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라면….
초고생 20명 중 한 명은 온라인 도박에 노출
다양한 지표들을 보니 드라마를 위한 자극적 설정으로만 보기는 어려운 듯하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 따르면, 2022년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초등 4~6학년, 중고생 1~3학년) 100명 중에서 도박문제 위험집단이 4.8%로, 100명 중 다섯 명이 온라인 도박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전체 불법도박 시장에서 온라인 도박시장 규모가 매해 확대되면서 청소년들의 접근이 매우 쉬워진 것도 큰 문제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불법도박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22년 기준 불법도박 시장은 102조 7000억 원으로 나타났고, 이 중에서 온라인 도박시장 규모는 37조 5000억 원으로 전체 불법도박 규모의 36.5%에 달한다.
언제 어디서든, 심지어 교실과 학원에서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온라인 불법도박과 사행성 게임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청소년 온라인 도박이 급증하고 있다. 중고교생들에게 물어보면 같은 반 학생 중 상당수가 온라인 도박을 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청소년 도박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문제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첫째, 청소년은 경제적 능력이 없기 때문에 도박 문제가 발생하기 어렵다. 둘째, 청소년은 도박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므로 불가능하다. 셋째, 학교와 학원을 다니는 등 도박할 시간이 없다.
그러나 현실의 수많은 지표들은 청소년 온라인 불법도박의 심각성을 가리키고 있다. 최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통계 자료를 보면, 10대 도박중독 치료 서비스 이용자가 3년 만에 여섯 배나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2015년에는 168명에 불과했는데, 2018년에는 무려 1027명으로 늘어났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빙산 아래에는 몇 배에 달하는 커다란 얼음덩이가 숨겨져 있다. 도박중독이라는 빙산 위로 떠오르지 않은 수많은 도박문제들을 고려하면 청소년 온라인 불법도박 문제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또 하나, 우리가 청소년 도박 문제에 대해 잘 모르는 이유는 온라인 불법도박의 현실에 대한 이해가 짧아서일 수도 있다. 이 불법도박 사이트들이 어떻게 청소년층을 파고드는지, 청소년들이 이를 어떻게 접하게 되는지 알게 되면, 왜 한국의 청소년들이 온라인 불법도박에 빠져들게 되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86호(2024.05)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