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진짜 ‘지구어’가 되면 안 될까? 아예 영어가 세계 공용어가 되면 세계적인 교류와 소통이 원활해지지 않을까?
그러면 안 될 이유에 대해 세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보자.
첫 번째, 문화 제국주의가 심화될 수 있다. 오늘날 강대국들은 총과 칼 대신 ‘문화’라는 무기를 들고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과 콘텐츠가 들어오면서 가속화됐다.
우리나라에는 맥도날드 매장이 436개나 있고(2018년 기준), 길목마다 스타벅스가 들어서 있으며, 두 명 중 한 명은 아이폰을 쓰고, 넷플릭스로 미국적인 문화를 소비한다.
이는 단순히 ‘햄버거’‘커피’ ‘스마트폰’‘문화콘텐츠’의 유입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의 생활양식 전반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다.
영어가 세계 공용어가 된다면 영어권 사람들의 사고방식, 생활방식이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유입될 것이다.
영미권에서 유행한 ‘YOLO(You Only Live Once)’라는 말이 국내에도 들어와 YOLO를 외치며 훌쩍 여행을 떠나거나, 무모한 행동을 하는 문화가 생겨났다.
YOLO라는 말은‘한 번 사는 인생,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며 살자’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함께 전파했다. 언어가 유입되며 언어 자체만이 아닌 문화도 함께 들어옴을 알 수 있다.
언어는 삶을 담는 그릇이다. ‘정화수’라는 말이 있다. 그릇에 맑은 물을 떠놓고 크고 작은 소원을 빌던 우리의 풍습에서 생겨난 말이다.
세월이 흐르고 예전의 풍습이 사라지면 이 말의 힘도 소멸해갈 것이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언어 소멸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영어 공용어화는 강대국의 힘으로 그 언어와 문화를 이식하는, 문화적 침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언어 교육에 따른 불평등과 소외의 문제도 뒤따른다. 작년 트위터에서 이런 내용의 글이 화제가 되었다.
편의점에서 어떤 장년 남성이 컵라면 용기에 적힌 조리법을 어떻게 읽는지 모르겠다고 물어봐서 살펴보니 ‘3분’이 아니라 ‘3min.’이라고 쓰여 있었다고.
언어 격차가 사회적 소외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마지막으로, 사라지는 언어가 많아질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는 보통 3~4개의 언어를 사용한다.
부족끼리 사용하는 부족어, 스와힐리어 등 아프리카의 공용어, 그리고 식민 지배를 감행했던 제국의 언어 등.
이런 상황이다 보니 부족어는 공적인 상황이나 교육 환경에서 사용되지 않고 ‘집에서만 쓰는 말’로 밀려나다가, 사라진다. 많은 소수 언어들이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세계 각국에서는 소수 언어를 보호하기 위한 운동을 하거나,
영어나 프랑스어처럼 강대국의 언어가 아닌 전혀 새로운 공용어(에스페란토)를 만들어 보급하고자 하는 운동이 시행되고 있다.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보다 평등한 언어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38호(2020.05)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