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리포트07
배려하고 어울리는 도시 색채 만들기
도시에 색을 칠할 때 원칙은 이렇다.
①색상이나 톤을 조화롭게 설정할 것
②도시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색을 사용할 것
③사람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고려할 것
④해당 시설의 기능을 잘 드러내는 색상을 사용할 것 등.
이렇게 정한 색채를 어떻게 실제로 도시에 입힐 수 있을까?
열심히 고민해서 색채 디자인을 해도 개인이 소유한 건물 외벽에 정부나 지자체가 마음대로 색을 칠할 수는 없다.
‘오늘부터 대문을 단청빨간색으로 통일하라’고 해도, 건물은 사유재산이니 그 말을 따를 의무가 없다.
또 지나치게 색채의 통일성만 강조하면 도시의 개성과 다양성을 죽일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그러면 도시 색채 계획을 따르도록 제안하되, 마음대로 하게 두라는 게 결론일까?
그렇지는 않다. ‘공공성’과 ‘조화’의 원칙을 염두에 둬야 한다.
건물은 사유재산이다. 내 집은 내 소유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 우리 회사 건물을 어떻게 쓰든 남이 관여할 바 아니다.
땡! 이렇게 생각하지 말자. 건물은 사유재산인 동시에, 도시 환경으로서 공공성을 갖는다.
도시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도시 환경이라면 우리 집도, 학교나 회사도 도시 환경의 일부다.
건물을 짓고 사는 건 나지만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그 건물을 보고 이러저러한 영향을 받는다.
공공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
큰 백화점이나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옆 빌라 저층에 햇빛이 안 들거나, 높은 담을 길게 쌓아서 단절감을 주는 일.
‘조화’는 공공성의 중요 원칙이기도 하다.
도시에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눈에 띄는 색을 써서 무조건 이목을 끄는 데에만 집중하고 주변과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아름다운 건물을 짓는 일’과 ‘성공적인 건축’은 다르다.
멋진 새 건물이 그 지역의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아 주민들의 삶의 양식과, 주변 건물과 전혀 결이 다르다면? ‘실패한 건축’이다.
도시의 색채를 개선하려면 사적 공간이 갖는 공공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한다.
배타성을 버리고 주변과 조화하려는 마음을 지녀야 도시의 색채를 아름답게 가꿀 수 있다.
저마다의 개성과 공공성을 어떻게 조화롭게 지킬 수 있을까? 정답은 없다.
다만, 시민들의 주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33호(2019.12)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