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문학] 왕자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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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가 된 거지, 거지가 된 왕자 

16세기 중반 영국의 어느 날, 두 소년이 태어난다. 같은 날 출생했지만 그들의 삶은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거지 집안에서 태어난 소년 톰 캔티는 가족들과 함께 구걸하며 근근이 살아가게 된다. 반면 다른 소년인 에드워드는 헨리 8세의 외아들로 태어나 살뜰히 보살핌 받으며 자라난다.

어느 날 궁전 구경을 나선 톰은 황금빛 빗장 사이로 왕자를 보게 된다. 놀란 톰이 빗장 가까이 다가가자 경비병이 그를 밀치며 면박을 준다. 

그 모습을 목격한 왕자는 백성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며 톰을 왕궁 안으로 들여보낸다. 왕자와 만나다니, 빈민가 아이의 평생소원이 이루어진 현장이었다! 

한창 장난을 좋아할 때인 두 소년은 서로 옷을 바꿔입어보기로 한다. 왕자는 톰의 누더기를, 거지 소년은 호화로운 왕자 의복을 입었다.갈아입고 거울 앞에 선 둘, 어안이 벙벙하다. 놀랍게도 두 소년은 키도, 체격도, 이목구비도 쌍둥이라 할 만큼 꼭 닮았던 것이다! 누가 왕자고 누가 거지 아이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왕자는 말한다. 
“내가 장담하는데, 둘 다 발가벗고 있으면 누가 너고 누가 나인지 구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금 네 옷을 걸치고 있자니, 아까 못된 병사에게 당했을 때 네 심정이 어땠을지 상상이 가는구나.”
넝마를 걸친 뒤 역지사지를 체감한 왕자는 병사에게 한 마디 해주기 위해 뛰쳐나간다. 그러나 거지 옷을 입은 왕자를 누가 왕실 가족인지 알아볼 수 있으랴? 병사는 거지 복장인 왕자를 때리고는 성문 밖으로 내쫓아 버린다. 그리하여 졸지에 톰은 왕자로, 에드워드는 거지로 살아가게 되고 만다!  과연 두 사람은 원래 자리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계급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인생  똑같은 날에 똑같은 얼굴로 태어난 두 소년. 심지어 둘 다 총명하기까지 하니 닮은 점이 많아도 너무 많다. 그런데 에드워드는 왕가의 외아들로 태어났단 이유로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자라고, 톰은 거지 집안에서 태어났단 이유로 구걸하며 살아간다. 어디서 어느 신분으로 태어날지는 자기가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운수 때문에 인생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불공평하다. 계급은 그에 속한 사람이 무언가 특별한 행위를 하지 않아도, 그 안에 포함되기만 하면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한다. 그리하여 왕자가 된 톰은 궁정 교육을 하나도 받지 않았지만 온갖 혜택을 다 누리고, 진짜 왕실 가족인 에드워드는 거지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이처럼 계급은 개인적 특성과는 상관없이 사람들의 삶의 양상을 어느 정도 정해버린다.계급이란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이지만, 자기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전부를 지배한다. 살아가는 내내 자기 계급성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란 불가능하다니, 조금 으스스하기도 하다.


사회연대라는 계급 간 징검다리마크 트웨인이 왜 《왕자와 거지》를 통해 계급 간 격차를 꼬집었는지는 자명해 보인다. 도금시대 때 미국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자본과 산업이 발달하고 기계문명이 부흥했으니 모든 시민이 풍족하게 살았던 시대 같지만, 실상은 달랐다. 빈민층은 가난에 허덕였다.  당시 미국 인구가 7600만 명이었는데 극빈자만 1000만 명에 달했다. 마크 트웨인이 지적한 것처럼, 도금시대는 사회 전체의 황금기처럼 보이지만 실은 일부 상류층만이 호사스런 생활을 영위하던 시기였던 셈이다.마크 트웨인은 계급 차이 때문에 사람들이 연대하지 못해 사회가 분열하는 모습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이야기하고자 했다. 그는 작품에서 일부 특권층만이 아닌 사회 전체가 발전해야 모두가 잘 살 수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주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꼬집는다.왕자와 거지, 두 소년들은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왕자가 된 거지 소년 톰은 궁중에서 죄수들을 둘러보던 중, 억울하게 잡혀온 이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법을 고친다. 약자가 강자의 논리에 어떻게 휘둘리는지를 알기 때문이다. 졸지에 거지가 되어 사회적 약자의 삶을 체감한 에드워드 역시 마찬가지다. 빈민가를 떠돌며 하류층의 삶이 얼마나 고된지 몸소 실감한 터라 부조리한 법을 바꾸기 위해 애쓴다. 

▶ 마크 트웨인이 《왕자와 거지》 속에서 도금시대 미국의 사회상을 어떻게 풍자했는지 궁금하다면?
※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31호(2019.10)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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