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문학] 피그말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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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파는 소녀, 새로운 삶을 꿈꾸다

이야기는 비가 내리는 영국 런던의 한 거리에서 시작한다. 갑자기 내리는 비를 피해 모여 있는 시민들. 그중 꽃 파는 소녀 일라이자도 있다

그녀는 하층민 특유의 험한 말을 거침없이 쓰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신사들에게 서슴지 않고 능청스러운 거짓말을 내뱉는다

그런데 일라이자의 알아들을 수도 없을 만큼 심한 사투리는 마침 그 자리에 있던 음성학 교수 히긴스와 언어학자 피커링의 관심을 산다.

히긴스가 장담한다. 자신이 일라이자의 언어를 교정해 상류층 사람처럼 만들 수 있다고

일라이자의 말을 두고 조롱하더니 자신이 그것을 금방 고칠 수 있다고 하는 이 남자. 무척이나 오만해 보인다

일라이자 역시 그의 말에 솔깃하긴 하지만, 자존심이 상한다

집으로 돌아온 소녀는 뜨거운 물은커녕 난방도 되지 않는 추운 방에서, 그곳을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꿈꾼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해 히긴스의 집으로 찾아간다.

일라이자는 히긴스에게 자신을 바꿔달라고 말한다. 수업료를 내겠다는 그녀, 당당하다. 이제 히긴스와 피커링은 이른바 일라이자 바꾸기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쓰는 말이 바뀌면 사람도 달라진다?

시간이 흐르고 일라이자는 점점 완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된다

히긴스는 드디어 일라이저를 데리고 고관대작들이 모인 파티에 참석한다. 이른바 사교계에 일라이자를 진출시킨 것이다

사람들은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일라이자가 헝가리 정도 되는 국가의 공주일 거라 확신한다. 아무도 그녀가 한낱 거리의 꽃 파는 소녀였다는 걸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히긴스는 파티의 상류층이 일라이자를 높게 평가하는 것을 보면서 우쭐해한다. 또한 속물처럼 겉모습만 보고 쉽게 판단하는 그들(대중)의 속성을 신나게 조롱한다.

 


 

갈라테이아는 피그말리온을 사랑해야만 할까?

히긴스의 내기, 혹은 실험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궁금해진다

원전인 그리스 신화를 생각하면 사람이 된 갈라테이아는 피그말리온과 숙명적으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갈라테이아는 딱딱한 조각상이었을 뿐인 자신을 사랑해준 사람이기 때문에, 인간이 될 수 있게 만들어준 사람이기 때문에, 피그말리온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낄 수 있는 이러한 지점에 작가는 주목한다

일라이자는 갈라테이아처럼 피그말리온인 히긴스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그가 자신에게 언어를 가르쳐준 것은 그의 직업이었을 뿐이고, 심지어 자신을 숙녀로 대한 것은 히긴스가 아닌 피커링이라고 말한다

외견이나 예절은 교육으로 습득할 수는 있지만, 진짜 자신이 숙녀다운 변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인격적인 존중이었다는 것이다

일라이자는 자신을 변화시켜준 히긴스가 아닌, 자신이 변화시킬 수 있는 남자를 선택한다흔한 신데렐라 스토리 같은, 신분상승의 대가로 생겨나는 사랑을 거부한다

그리고 동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랑을 찾아냈다. 일라이자는 더 이상 갈라테이아가 아니다. 꽃 파는 소녀이면서 숙녀이기도 한, 세상을 스스로 개척하려는 한 인간이다.

 

※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29호(2019.08)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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