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리포트06
빨간 로고, 세계를 향한 경고등
빅맥을 먹으며 아이폰으로 <기묘한 이야기>를 본다.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스타벅스에 가서 인스타그램에 #일상을 업로드한다.
기시감을 느끼는 순간 모래를 입 안 가득 씹은 듯 퍼석하다.
우리나라 20대와 80대의 문화보다, 우리나라 20대와 미국 20대의 문화가 훨씬 비슷하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스친다.
스위스, 독일, 인도…. 쉽게 접하기 힘든 다양한 나라의 콘텐츠에는 각국의 문화가 묻어난다. 도시의 풍광, 특이한 직업, 여가시간에 하는 일, 경제 상황 등.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로마> 또한 70년대의 멕시코 모습을 잘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수많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각국의 작품을 해외에 송출한다고 해서, 과연 ‘다른 나라’의 문화를 잘 알게 된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문화를 외국에 알린다고도 할 수 있을까?
미디어 제국주의란 미디어를 통해 중심국가의 생활양식, 가치, 문화가 전파되고 주변국들이 동질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넷플릭스가 미국의 거대 자본, 문화적 영향력을 기반으로 다른 국가들을 미디어 식민지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서구의 시선으로 동양인을 그려내 고정관념을 확대재생산하는 ‘오리엔탈리즘’이 엿보인다며 비판하기도 한다.
<킹덤>은 국내 제작사 에이스토리에서 만들었다. 회당 제작비를 20억 원씩 들였다. 넷플릭스의 자본 덕이다.
물론 <킹덤>은 에이스토리의 노력과 기획력으로 빛을 봤다.
에이스토리는 할리우드 진출에 한발 다가갔고, 한국 콘텐츠 사업의 가능성을 세계에 알렸지만, 엄밀히 말해 <킹덤>은 ‘에이스토리 소유물’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돈이 될만한’ 작품을 제작하고 판매할 것이고, 한국 콘텐츠는 배경, 감독, 배우 등 껍데기만 한국 콘텐츠인, 속 빈 강정이 되기 십상이다.
우리나라는 외주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 BTS, 블랙핑크가 인기지만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글로벌 시장에 걸맞게 성장하지 못하면 한류의 미래는 없다.
마찬가지다. <킹덤>이나 <옥자>가 아무리 대히트를 친대도, 넷플릭스 공룡이 점령할 미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대한민국의 자리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미디어 사업의 규제가 강해지고 있다.
2017년 7월, 러시아 정부는 지분의 20퍼센트가 해외에 있는 OTT기업이 러시아에서 사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냈다.
덧붙여 가입자가 10만 명 이상일 때는 러시아 정부에 서비스 목록을 제출해야 하며, 서비스하는 콘텐츠의 30퍼센트 이상은 러시아에서 제작해야 한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자국 콘텐츠가 30퍼센트 이상이어야 서비스할 수 있도록 했다.(<플랫폼 전쟁>, 김조한)
넷플릭스의 빨간 로고는 어쩌면 세계를 향한 붉은 경고등일지도 모른다.
빨간 로고가 깜빡이며 PC 화면을 가득 채울 때, 우리는 미디어 제국의 역습을 기억해야 한다.
※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27호(2019.06)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