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군주가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일까?
무력과 온갖 권모술수로 국가를 뺏고 빼앗기는 세상에선
그 어떤 군주도 선의와 올바름, 정의로움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위대한 군주에게는 때로 무력과 잔인함, 교묘한 속임수도 요구된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살인과 약탈, 속임수 같은
악과 부정의까지도 군주의 재능이라 일컫는다.
오늘날의 정치 현실도 다르지 않다.
‘바람직한 목적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수단을 사용하는 일’은 여전히 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에 와서도 군주론을 찾아 읽는 이유가 뭘까?
글 이준기 기자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초상
#1 군주란 무엇인가?
군주라고 하면 보통 왕을 떠올린다.
하지만 <군주론>에서 말하는 군주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라는 용어를 로마 황제에 대해서도 사용하지만 작은 지역의 영주에게도 사용한다.
이 책에서 사용된 군주라는 용어는 정치권력을 지닌 사람이나 국가를 통치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통치자나 정치 지도자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군주의 역할은 시대의 변화에 맞서 국가를 수호하고 인민을 통치하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통해 국가를 획득하고 유지하는 방법과 인민을 통치하는 방법에 대해서 논한다.
먼저 인민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주장을 살펴보자.
#2 군주는 인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마키아벨리는 보편적인 인간의 욕망이나 속성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면서,
군주가 국가를 통치할 때 인간들의 그러한 성질을 충분히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예를 들어 다음을 읽어보자.
“사실 영토를 획득하고자 하는 욕망은 매우 자연스럽고 평범한 일이며,
그럴 능력을 지닌 사람이 그 일을 하면 그는 그 일로 칭송을 받거나,
칭송을 못 받아도 적어도 비난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능력도 없으면서 아무런 고려도 없이 그것을 하고자 한다면,
어리석은 짓이며 비난받아 마땅하다.”
위 문장에서 마키아벨리는 다른 국가의 영토를 빼앗고자 하는 욕망을 자연스럽고 평범한 것,
심지어는 칭송받을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와 같은 마키아벨리의 주장은 ‘빼앗는 것은 나쁜 일이다.’와 같은 보편적인 윤리·도덕관념과는 크게 결이 다른 것이었다.
특히 마키아벨리는 이 책의 16장에서부터 18장에 이르기까지 총 세 장을 할애하여
군주의 바람직한 성품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논하는데,
이 부분을 읽어보면 마키아벨리의 사고방식을 보다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후함과 인색함’에 대해서 다룬 16장의 내용을 살펴보자.
“후하다는 평판을 듣는 것이 좋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저 후하게만 보일 정도로 후하다면, 그것은 당신에게 해가 될 것이다.”
“군주는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일 없이 후함이라는 덕을 행사할 수 없다.
그래서 분별 있는 군주라면 인색하다는 평판을 듣는 것에 개의치 말아야 한다.”
사람들은 보통 후한 사람을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는 오히려 인색하다는 평판에 개의치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후하다는 평판을 얻기 위해서 군주는 자신의 후한 성품을 과시할 필요가 있는데,
그러려면 인민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게 된다.
그때 피해는 다수가 보고 혜택은 소수가 보게 되므로 군주는 전체적으로 인민의 미움을 사게 된다.
그렇다고 인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때부터 후하지 않게 행동하면 곧바로 인색하다는 평판을 얻게 된다.
반면 그저 국가를 수호하고 운영하는 일에 묵묵히 신경쓰다보면 사람들이 처음에는 군주를 비난할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후하다는 평판이 따라온다.
군주가 인색할 때 소수는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해 불만을 가지겠지만,
대다수는 아무 것도 빼앗기지 않기에 평화와 안전을 누렸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하다는 평판을 얻으려다가 결국 탐욕스럽다는 평판을 듣게 되는 것보다,
인색하다는 평판을 얻어 비난을 받을지라도 미움을 사지는 않는 편이 훨씬 더 지혜롭다.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군주는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옳은 일’이 아니라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
이때 인간의 속성을 잘 알아야 무엇이 필요한 일인지를 잘 알 수 있다.
마키아벨리는 인간을 탐욕스럽고 잔인한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그러한 속성을 고려하지 않는 군주는, 국가를 획득할 수 없고
행여 국가를 획득하더라도 유지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군주다.
※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25호(2019.04)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