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비문학] 평균의 종말: 평균의 사회에서 개개인성의 사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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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의 사회에서 개개인성의 사회로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는 평균 없이 설명할 수 없다.

뉴스에서는 평균 소득, 평균 수명 등 평균을 기반으로 한 자료가 연일 등장한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평균과 비교하며 우열을 가늠한다.

평균을 기준으로 삼으면 결과를 내기도 편리하고, 설득력이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평균으로 개인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어떤 원칙으로 개인을 판단해야 할까?

그리고 우리 사회는 어떻게 개인의 특성을 살릴 수 있을까? 

 

 ‘노르마’는 없다

1900년대 초 미국의 유명 부인과 의사 로버트 L. 디킨슨과 조각가 아브람 벨스키는 1만 5000명의 젊은 성인 여성의 신체 치수를 수집해 ‘노르마’라는 조각상을 만들었다. 

당대의 학자들은 ‘노르마’가 여성의 정상 체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술가들은 노르마의 아름다움을 찬양했고, 교사들은 노르마를 이상으로 삼아 여학생들을 운동시켰다.

(아래: 노르마 조각상 사진)



노르마 열풍은 조각상과 신체 지수가 근접한 여성을 뽑는 대회로까지 이어졌다. 

모든 사람들이 ‘제일 평균적인 사람을 찾는 것이니, 근소한 차이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리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평가 항목 9가지에서 모두 평균치에 해당하는 사람은 당시 대회 우승자를 포함해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약 4000여 명의 참가자 중 5가지 항목이라도 평균에 들어맞는 사람은 4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예술가들과 학자들이 극찬한 노르마는 현실에는 없었다. 

어느 여성도 노르마를 재현하지 못했다. 

교사의 권유에 따라 운동을 시작한 여학생 중 누구도 노르마처럼 될 수 없었다.

‘노르마’는 애초에 없었다.


우리는 일생을 제2, 제3의 노르마에 얽매여 살아왔다. 

아기일 때 우리의 성장은 또래에 비해 얼마나 빨리 걷고 말하는지로 가늠되었고, 

자라서 학교에 들어가면 평균 점수와 비교하여 학업적 성취를 평가받았다. 

하다못해 옷을 살 때도 맞춤 제작이 아닌 이상 어딘가 불편한 부분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점을 감수하고 공장에서 만들어진 옷을 사곤 한다. 

개인과 사회는 이밖에도 결혼 시기, 소득수준 등 많은 것들을 노르마에 맞추기 위해(혹은 노르마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개개인에 주목하기 위한 세 가지 원칙 

평균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아온 과정을 보고 있자면 현재 우리 사회, 특히 교육 분야의 문제들이 저절로 눈에 들어온다. 

학생들에게는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인재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정작 교육 방식은 100여 년 전 더 효율적인 공장 근로자를 만들기 위해 도입된 방식에서 한 치도 달라지지 않았다. 

저자는 나 자신의 고유성을 깨닫기 위해서는 세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첫 번째 원칙인 ‘들쭉날쭉의 원칙’에 따르면 인간의 능력은 다양한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고,

 어떤 영역의 업무이든 그 성과는 한 가지 능력치로 결정되지 않는다. 

‘맥락의 원칙’은 ‘인간의 행동은 상황 맥락을 무시하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마지막 원칙인 ‘경로의 원칙’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상 경로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에게 가장 잘 맞는 경로는 그 사람의 개개인성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니 우리는 사회에서 만들어낸 정상 경로에 좀 이탈했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저 자신에게 맞는 경로를 찾아낼 수 있기만 하면 된다.




평균이 종말하는 사회를 위해

저자는 오늘날의 대학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그 항목은 다음과 같다. 

학위가 아닌 자격증을 수여

성적 대신 실력의 평가

학생들에게 교육 진로의 결정권 허용하기


이러한 방식이 도입된 학교에서 우리는 과도한 등록금을 낼 필요 없이 독학으로도 자격증을 받을 수 있고, 

특성에 맞춰 나만의 커리큘럼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기업은 각각의 업무에 맞는 역량을 구체적으로 설정해 해당 부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을 채용함으로써 ‘들쭉날쭉의 원칙’에 맞는 훌륭한 인재를 고용할 수 있다. 

이렇게 고용된 인재는 학벌과 학점으로 선발된 사원보다 훨씬 업무에 빠르게 적응할 것이며, 독창적인 방법으로 더욱 훌륭하게 업무를 해낼 것이다.


책의 제목인 ‘평균의 종말’이 오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 사회는 계속해서 ‘노르마 닮은 꼴’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평균이 더 이상 판단의 기준이 되지 않는 사회가 올 수도 있다. 

그때는 “어떤 여성의 몸과도 일치하지 않는 ‘노르마’, 어떤 사람의 뇌와도 일치하지 않는 뇌 모델, 그 누구의 생리에도 꼭 들어맞지 않는 표준적인 치료 요법”이 사라지고 개개인성을 존중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을 것이다.

 

※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24호(2019.03)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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