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특집맛보기] 달을 주제로 한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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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주제로 한 예술 

밤하늘 한가운데 휘영청 떠 있는 달은

옛날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홀렸나보다.

그래서인지 각종 예술작품에는 

달이 유독 많이 등장한다.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훑어보자.

 

메소포타미아 난나 원통 인각문기원전(2100년경)


 

인류 최초의 문명인 수메르 문명 발상지, 

메소포타미아에는 달 숭배 사상이 있었다. 

조각배를 타고 밤하늘을 여행하는 달의 신 난나를 우주의 군주로 삼았다. 

태양이 아닌 달을 가장 중요한 천체로 여겼던 이유는 뭘까? 

달은 매달 차고 이지러지는 모양새를 반복한다. 

이는 생명의 반복, 즉 삶과 죽음의 연속이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수메르인들은 달이 이승과 저승을 잇는 영혼의 창구라며 숭배했다. 

 

 

② 월하정인(18세기 후기) 신윤복


 

달이 떠오른 밤. 담벼락 옆에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은밀히 만나는 연인이 있다.

두 사람의 표정에는 남몰래 이루어진 만남에서 비롯되는 긴장과 애틋함이 어려 있다. 

그림에 적힌 “月沈沈夜三更, 兩人心事兩人知달빛이 침침한 삼경에,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이 안다”라는 글귀가 연인의 심정을 대변해준다. 

한편 그림 속 달의 모습을 바탕으로 그림이 그려진 정확한 날짜를 유추할 수도 있다. 

<월하정인>의 달은 특이하게도 눈썹 모양이다. 이는 부분월식이 일어난 보름달의 모습이다. 

신윤복이 활동하던 당시 한양에서 관측 가능한 부분월식은 단 두 번 있었다. 

1784년과 1793년. 글귀에 적힌 삼경이란 밤 12시 즈음이다. 

승정원일기를 보면 1793년 8월 21일 밤 12시경 월식이 보였다는 기록이 나온다. 

달의 생김새로 그림이 그려진 시기를 추측할 수 있다니, 참 흥미롭다.


 

③ 달밤(1885) 이반 아이바조프스키 

 

 

이반 아이바조프스키는 아르메니아계 러시아 화가로 바다 풍경을 그림 작품이 많다. 

그의 그림은 서정적인 색채로 가득하다. 

바라만 보아도 풍경 속 공기가 우리 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것 같다. 

그래서 비평가들은 이반 아이바조프스키의 그림을 ‘멜로드라마 같다’고 평한다. 

환한 보름달 아래 펼쳐진 바닷가. 

수면에 비치는 달무리는 은은하고 풍부하게 빛나 달밤의 정취를 진하게 느끼도록 해준다.

 

 

④ 별이 빛나는 밤(1889)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가 그린 유명한 걸작이다. 

하단에 그려진 고요한 시골 마을 풍경과 대조적으로 역동적인 붓 터치로 밤하늘을 그려놓았다.

이 그림을 그릴 때 반 고흐는 정신병원에서 생활했다. 

어지럽게 뒤섞이는 밤의 물결과 반짝이는 빛들은 당시 정신장애로 고통스러워하던 반 고흐의 상태를 보여준다. 

우측 상단에는 큰 달이 떠있다.

반 고흐는 일생 동안 해와 달 그리고 별이 빛나는 모습을 그리고 싶어 했다. 

비록 몸도, 마음도 아팠지만, 평생토록 천체를 표현하고자 했던 반 고흐의 소망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⑤ 달과 별 연작(1902) 알폰스 무하 

 

알폰스 무하는 아르누보 양식을 따르는 화가이다. 

아르누보양식은 굳어진 미술 관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예술을 추구했는데, 자연의 미와 전설, 신화에 관심이 많았다. 

무하는 이 그림에서 달과 별을 여신의 모습으로 표현하였다. 

푸른 색조를 뒤로하고 하얗게 빛나는 여인의 모습은 신비롭다. 

달에 대해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환상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⑥ 달을 그리는 화가(1917) 마르크 샤갈 



샤갈은 따스한 색채로 몽환적인 그림을 그리기로 유명한 초현실주의 작가다. 

그의 그림에선 밤하늘을 날아가는 동물이나 사람들이 유독 많이 등장한다. 

이 작품에서도 화가가 달을 그리기 위해 밤하늘을 가로질러 날고 있다.

달은 고대부터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북돋아주는 천체로 받아들여졌다. 

일상생활을 하느라 바쁜 낮과는 달리 밤에는 달을 바라보며 창작에 집중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달이 예술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장면을 엷은 하늘색으로 유려하게 표현했다.

 

 

⑦ 마고메의 보름달(1930) 가와세 하스이



자신이 살았던 지역인 마고메의 보름달을 그린 그림. 

우키요에에도시대에 성행한 그림 기법으로 주로 풍속을 주제로 한 목판화작품이다. 

논밭과 나무 저 멀리 동그란 달이 떠있다.

고요한 마고메의 달밤 아래 한적한 시골의 정취가 그대로 느껴진다. 

가와세 하스이의 집으로 놀러 가 안방에서 창문을 열고 바라보는 밤 풍경 같은 인상을 준다.

 

 

⑧ 달과 까마귀(1954) 이중섭



달과 밤하늘, 그리고 까마귀가 거친 붓 터치로 그려져 있다. 

기법 때문일까, 그림 속 달은 유난히 애상적이다. 

갈라지는 붓의 결 따라 밤하늘도 덩달아 위태롭게 흔들리는 느낌이다. 

누구나 달을 바라보며 쓸쓸함을 곱씹은 적이 있을 테다. 

이 그림은 외로웠던 밤들을 상기시킨다. 

<달과 까마귀>를 그렸던 이중섭도 비슷한 심경이었을 것이다. 

이즈음 그는 가족과 떨어져 가난에 시달리며 혼자 생활하고 있었다.

 

※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24호(2019.03)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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