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 키워드리포트] 꿀벌, 사람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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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인간의 만남, 그 깊고 오랜 역사


꿀벌의 등장과 인류의 출현 사이에는 매우 긴 세월이 흘렀다. 꿀벌이 날아든 것이 1억 년 전이었지만, 현생 인류 사피엔스가 등장한 것은 10만여 년 전이니 말이다. 


그런데 꿀벌이 날던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알게 됐을까? 호박Amber이라는 광물 덕이다. 나무에서 나온 수액이 굳어서 만들어진 호박은 영롱한 투명 노란색 돌이다.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의 유적에서 호박 장식품들이 출토된 것으로 보아 호박은 인류가 오래전부터 보석으로 애용했는데, 고생물학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광물이다. 곤충이나 개구리 같은 작은 동물들은 본래 모습 그대로 화석화되기 어렵다. 하지만 호박은 이런 작은 곤충도 완벽한 모습으로 보존해 냈다.


호박 화석의 주요 산지는 미얀마이다. 오리건 주립대의 조지 포이너 교수는 미얀마에서 발굴된 1억 년 전 백악기 중기 호박 안에서 꿀벌을 발견했다고 발표 했다. 호박 화석의 꿀벌이 꽃가루를 담을 수 있는 털을 지닌 것으로 보아 이 시기에 이미 꿀벌이 꽃가루를 받도록 진화했

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꿀벌은 육식성 벌에서 진화했다. 이 원시 꿀벌은 현생 꿀벌과 형태가 비슷하다.


꿀벌과 인류의 만남은 현생 인류 사피엔스가 출현한 후에야 가능했다. 사피엔스는 출현과 동시에 꿀벌과 인연을 맺었다. 생존을 위해 사냥을 하거나 나무열매를 따다가 자연의 꿀을 발견하게 됐을 것이다. 남아프리카에는 2만 년 전 벌 사냥을 그린 암벽화가 수십 점 남아 있다.

벌 사냥 암벽화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1924년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의 아라냐 동굴에서 발견되었다. 한 여성이 밧줄로 만든 사다리에 올라 손을 뻗어 벌집을 채집 중이다. 벌침을 막을 아무런 장비도 없이. 이 벽화는 기원전 7000년경 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벌에 쏘이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을 지금은 알고 있지만 당시로서는 천운에 맡기는 도리밖에 없었으리라. 벌이 너무나 무서워 새처럼 크게 그렸을 것이라는 해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한편 2015년 〈네이처〉에 농경을 시작한 신석기인들이 양봉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선사 유적지의 질그릇에서 밀랍 성분이 발견되었음을 근거로 들었다. 밀랍은 벌집을 만들기 위해 꿀벌이 분비하는 물질로, 상온에서 단단하게 굳는 성질이 있다.


인간이 얼마나 꿀을 소중히 생각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는 무수히 많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양봉의 역사가 이를 밑받침해 준다.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84호(2024.03)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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