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룡은 어린이들의 우상
우리 오빠는 서너 살 무렵 공룡에 미쳐 있었다. 공룡 도감을 줄줄 외고, <쥬라기 공원>을 몇 번이고 시청하고, 엄마에게는 끊임없이 공룡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엄마는 공룡 얘기를 듣고 그리고를 반복하다가 공룡에 완전히 질려 실제로 구토까지 나왔다고. 거기다 더해 그때 오빠는 장래 희망이 티라노사우루스였단다. 시간과 종을 뛰어넘는 비범한 장래 희망이다.
공룡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우리 오빠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많은 어린이가 공룡을 좋아한다. 나는 작년에 혼자 부산으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돌아오는 기차에서 내 옆에 앉았던 한 어린이도 커다란 공룡 모형으로 장난을 치며 놀고 있었다. 공룡이 참 멋지다고 말을 거니, 공부를 열심히 해서 부모님이 사준 거라고 한껏 들떠 자랑했다. 그 의기양양한 모습이 무척이나 당당하고 밝아서 기억에 남는다. 지금도 공룡을 볼 때마다 그 아이가 생각난다.
그런데 어린이들의 공룡에 대한 이런 관심이 여든까지 가는 경우는 별로 많지 않은 듯하다. 일단 내 주변에는 공룡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장래 희망이 티라노사우루스였던 오빠도 지금은 어린 시절의 향수 같은 호감이 남아 있을 뿐 공룡에 대해 그리 잘 알진 못한다.
공룡은 수천 년 전에 멸종했다. 호랑이나 판다처럼 인간과 동시대에 존재하는 야생동물도 보기 어려운 판국에 공룡이라니. 현대의 시점에서 공룡은 환상 속의 동물처럼 느껴진다. 그만큼이나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이야기다. 어릴 적 공룡에 열광했던 사람들도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 가면서 공룡이 점점 멀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거 공룡이에요?’
《하루 한 권, 공룡학》의 저자 모리구치 미쓰루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그는 생물을 직접 관찰하며 살아가는 삶을 꿈꿨고, 일본의 자유숲 중고등학교 및 NPO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등 학생들과 직접 자연을 경험하며 생물학을 가르쳤다. 그는 동물의 사체로부터 직접 뼈 표본을 만들 정도로 동물의 뼈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 그는 뼈는 그야말로 ‘진짜 자연’이라고 말한다.
“뼈에는 그 동물이 걸어온 진화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뼈를 보면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읽어낼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자주 뼈를 학교에 가져가곤 했다. 학생들과 직접 동물의 뼈를 탐색하며 뼈에 새겨진 다양한 이야기를 찾아보기 위해서다.
하루는 박물관에 듀공 뼈가 전시되어 있다는 소식에 학생들과 함께 박물관을 찾았다. 그는 학생들에게 듀공의 뼈와 함께 보여줄 요량으로 가지고 있던 뼈를 이것저것 챙겼다. 바다 동물 뼈를 보여주기에 앞서, 일단은 모두가 잘 알 만한 동물의 뼈로 이야기를 열려고 너구리의 머리뼈를 보여주기로 했다. 어떤 동물의 뼈인지 맞혀 보라는 말에 아이들은 다양한 동물의 이름을 댔는데, 무척 활달했던 학생 한 명이 범상치 않은 답을 내놓았다. ‘공룡’이라고.
처음 학생들이 나름 신선한(?) 현대 동물의 뼈를 보고 옛날 옛적 멸종한 공룡을 외칠 때는 한숨을 내뱉었지만, 그런 상황이 반복되자 그도 새삼 ‘공룡’이란 동물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는 자신이 수많은 종의 동물에 관심을 두었음에도 유독 공룡에 대해선 아는 바가 별로 없음을 깨달았다. 그도 어린 시절엔 공룡을 좋아했는데 말이다.
도서관에서 공룡에 관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던 중 그는 자신이 공룡으로부터 멀어진 까닭을 찾아냈다. 공룡의 뼈는 ‘비쌌다.’ 공룡의 뼈를 직접 손에 쥐고 만져보기란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면서 점점 그의 마음속에서 공룡은 ‘가상의 생물’이 되어버렸다. 그는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가난한 자를 위한 공룡’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문득 어떤 사실을 떠올렸다. ‘새는 공룡의 직계 자손’이라는 것.
앞서 동물의 뼈에는 본연의 삶과 역사가 담겨 있다고 논한 바 있다. 그렇다면 새의 뼈에도 공룡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을까. 그러한 아이디어로부터 이 책이 탄생했다.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83호(2024.02)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