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 키워드리포트] 인류에게 달력이 필요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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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달력을 사용한 게 기원전 6000년경부터라는데.

달력의 역사가 너무 길어서 교양이는 조금 놀라웠다.

새해가 시작됐다. 올해 나의 달력은 어떤 일들로 채울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봐야겠다.


우리는 알고 있다. 시간은 늘 흘러가고 있으며, 흐르는 시간은 손에 쥘 수도 어딘가에 담아둘 수도 없다는 것을. 연말마다 딱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면 여러 가지 상념에 휩싸이곤 한다. 내게 올해는 어떤 의미였는지, 잘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새해를 맞이하면 작심삼일일 줄 뻔히 알면서도 희망의 싹이 괜스레 돋아나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고 싶어진다.


시간이란 끝없는 순환인 줄 뻔히 알면서도 우리는 달력과 함께 생활하면서 마치 시작과 끝이 있는 것처럼 느낀다. 순환적인 무형의 시간 개념을 물성으로 담아낸 것이 달력과 시계다. 이번 특집의 주인공은 달력이니 시계에게 잠시 양보를 부탁한다.


늘 우리 곁에 있는 것이라 한 번도 신기해한 적 없지만, 마치 처음 만난 물건처럼 달력을 낯설게 바라보자. 하루를 정하고, 일주일을 정하고, 한 달을 정하고, 일 년을 정해서 그 모두를 숫자로 표기해 종이에 담아낸 달력. 누가, 왜 만든 것일까?



이집트 사람들은 기원전 6000년경부터 달력을 사용했다는데

모든 사물의 최초는 그 사물이 등장한 근본적인 이유를 품고 있다. 현대의 달력과는 조금 다르지만 매우 유사한 최초의 달력은 고대 이집트에서 만들어졌다. 태양력의 원조인 이집트의 달력은 달의 움직임은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일 년을 365일로 삼았는데, 1개월을 30일로 해서 12개월을 두고, 남은 5일은 축제일로 정해두었다. 기원전 6000년경부터 이 태양력을 사용했다고 하지만 언제부터라고 짚어서 말하기는 어렵다


이집트 달력은 나일강의 범람과 관련이 깊다. 세계에서 가장 긴 나일강이 하류에 다다르면  부채처럼 삼각주가 펼쳐진다. 이 땅이 매우 비옥해서 사람들이 모여 살았는데, 그 비밀은 나일강의 홍수였다. 해마다 강물이 범람하면서 강물에 있던 영양분과 강바닥의 비옥한 땅이 삼각주 지역에 넓게 펼쳐져 농사를 짓기가 좋았다.


이곳에 몇 세대에 걸쳐 살다보니 홍수가 거의 365일 만에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를 일 년으로 삼았다. 그런 다음 농사를 짓기 위해 달력을 만들어 세 시기로 구분했다. 7~10월의 범람기, 11~2월의 배수기(이 시기에 농사를 짓는다), 그리고 3~6월 작물을 수확하는 건조기.


이처럼 인류가 달력을 만든 것은 해가 뜨고 지고, 강이 범람하고, 달이 차고 기우는 자연 현상의 규칙성을 예측하기 위해서였다. 이 규칙성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언제 파종하고 추수해야 하는지 알 수 있고, 밀물과 썰물의 시간에 맞춰 고기도 낚고 조개도 캘 수 있었다. 또한 국가가 건설되고 도시가 발생하면서부터 일꾼과 군인의 노역 지급을 위해 세금을 거둬야 했고, 이들이 일한 날짜도 기록해야 했으므로 날짜에 관한 기록이 필요했다인문학적인 설명을 보태자면, 달력은 시간을 지배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와 인간과 자연 간의 지속적인 소통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의 주인공 서목하는 무려 15년 동안이나 무인도에 표류, 가까스로 구조돼 가수의 꿈을 이룬다. 무인도 표류의 원조 격인 로빈슨 크루소처럼 서목하는 날짜를 기억하려고 매일 바를 정자를 바위 절벽에 새긴다. 누구든 무인도에 표류하면 비슷한 행동을 할 것이다. ? 내가 그곳에 얼마나 있었는지, 며칠이나 흘렀는지 너무 궁금하니까.


하지만 옛날 옛적, 고대인들에게 언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으며, 시간 개념도 거의 없었다. 달력의 역사가 오래된 것에 비해 시간 개념은 희박했다. 이들은 미래는 과거와 같다는 순환적 사고를 했으며, 어떤 사건이 먼저 일어났는지 뒤에 일어났는지도 관심이 없었다. 지금과 같은 시간 개념을 갖게 된 것은 근대 합리주의 시대에 접어들면서였다. 합리주의의 특징은 계량화를 꼽을 수 있고, 측량된 숫자로 계량화해서 표현해야 합리적이라고 여겼다.


달력은 오랜 역사 과정을 겪으며 현대와 같은 틀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이 달력을 만들어 쓰게 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 숫자 세는 법도 알아야 했고, 간단한 산수를 터득해야 했으며, 달과 별의 운행을 관측해 그 안에 숨어 있는 질서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달력은 1582년 교황 그레고리오 13세가 율리우스력을 개정하여 시행한 그레고리력이다. 하지만 정치·경제적 이유로 그레고리력으로 만든 달력을 전 세계가 모두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00년이 조금 넘었다.


나일강 범람의 예보자, 시리우스 별


시리우스는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이다. 서양에서는 8월 중 가장 더운 때를 개의 날(Hundstage)’이라고 한다. 이 무렵 여명이 떠오르면 지평선에서 그전에는 볼 수 없었던 푸른 별 시리우스를 볼 수 있었다. 고대 이집트에서 대략 717~18일경 시작돼 84일쯤까지 이런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때 나일강이 범람했다. 시리우스는 나일강 범람의 예보자였다.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82호(2024.01)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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