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하나는 걸그룹 A의 팬이야. 그중에서도 멤버 K양을 제일 좋아하지.
A그룹의 컴백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어제 드디어 새로운 앨범을 발매했어!
게다가 최애 멤버인 K양의 생일까지 겹쳐 마음이 아주 바빠.
하나는 대체 뭘 하느라 그렇게 바쁜 걸까? 자칭 ‘케이팝 러버’ 하나의 하루를 살펴보자~
시간
일정
09:00
강남 핫트랙스 오픈런
11:00
홍대 인근 K양 생일카페 방문
13:00
점심식사
20:00
A그룹 팬미팅 선예매
22:00
A그룹 자체콘텐츠 및 K양 생일 기념 위버스 라이브 시청
09:00 강남 핫트랙스 오픈런
하나가 새벽같이 일어나서 외출 준비를 시작했어. 평소에는 해가 중천에 있을 때 일어나는데, 오늘만큼은 그럴 수 없지! 왜냐면 오늘은 A그룹의 앨범이 오프라인 매장에 들어오는 날이기 때문이야. 이미 온라인으로 공구를 탔지만, 오프깡도 참을 수 없어. 하나는 부리나케 앨범을 사러 강남 핫트랙스로 향했어. 그런데 왜 이렇게 일찍 가냐고? 늦게 가면 원하는 버전의 앨범을 입수하지 못할 수도 있거든! 요즘엔 앨범이 8종, 16종 이런 식으로 다양하게 나오는데, 인기 있는 버전은 금방 품절되기 마련이거든. 그래서 오픈런을 하기로 한 거지.
다행히 줄이 길지 않아서 금방 앨범을 샀어. 그리고 앉은 자리에서 앨범을 한 장씩 뜯어보기 시작했어. 어떤 포카가 들어있는지 확인해야 하거든. 제발 최애인 K가 나와라, 빌면서 앨범을 뜯었는데 세상에나! 8종의 앨범 중 여섯 장에서 K가 나왔어. 하나는 자신의 운에 감격하면서 서둘러 주변을 살펴봤어. 하나가 뽑은 다른 멤버의 포카 두 장을 교환하기 위해서야. 운 좋게도 근처에 있던 사람들과 수월하게 교환할 수 있었어. K양 포카 드볼 완성! 하나는 풍족해진 마음으로 매장을 나섰어.
공구 : 공동구매의 준말
오프깡 : 오프라인 앨범깡의 준말. 앨범깡은 가수의 앨범을 구매 후 뜯어보는 행위를 뜻한다.
오픈런 : 매장 개점시간에 맞춰 미리 대기하는 행위
포카: 포토카드의 준말, 그룹 멤버의 사진이 인쇄된 카드
드볼 : 드래곤볼의 준말. 포카 따위의 앨범 구성품을 전 종류 모았다는 뜻. 7개의 공을 모으는 것이 핵심 줄거리인 만화 <드래곤볼>에 빗댄 표현
11:00 홍대 인근 K양 생일카페 방문
하나는 함께 K를 덕질하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강남에서 홍대로 이동했어. 오늘이 K의 생일인 만큼 생카 투어는 필수니까. 생카는 서로 인접한 곳에 모여서 열리는 경향이 있어서 여러 곳을 돌아다니기 편했어. 카페마다 전시해 놓은 사진이나 특전이 다 달라서, 한 군데만 가기는 아쉬워.
K를 좋아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에서 덕메들과 같이 K 얘기를 하니 가슴이 벅차오르는 거 있지. K의 얼굴이 인쇄된 종이컵, 스티커, 엽서 등등을 한 아름 받아 가방에 잘 정리해 넣었어. 앨범과 특전으로 가방이 무거워졌지만, 카페 여러 곳을 가느라 음료를 다섯 잔쯤 사 마셨지만 뭐 어때. 마음이 행복으로 가득 찼으니 말이야.
생카 : 생일카페의 준말. 아이돌 멤버,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좋아하는 대상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팬이 여는 이벤트. 팬이 직접 기획부터 카페 대관까지 이벤트의 전 과정을 도맡아 진행한다.
덕메 : 덕질 메이트의 준말. 덕질을 함께하는 친구들을 이른다.
13:00 점심식사
카페에서 음료로 배를 채우긴 했지만, 물은 물이고 밥은 밥이지. 아침부터 여기저기 쏘다녔더니 당이 떨어져. 하나는 친구들과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어. 장소는 미리 정해뒀지. 전에 K가 좋아해서 자주 간다고 언급했던 훠궈 가게! 전부터 가보고 싶었는데 짬이 안 나 못 가봐서 오늘은 꼭 가보리라 다짐했지.
사람이 많아 20분 정도 대기한 뒤에 음식점 문을 열고 들어가니, 벽 한쪽에 K의 사인이 걸려 있어. 이 사인을 실물로 보다니! K는 사인도 정말 귀여운 거 있지. 이 가게를 들어온 순간 메뉴도 이미 결정됐어. K의 추천메뉴! 고민할 것 없이 주문한 뒤 다시 친구들과 케이팝 이야기를 이어갔어.
곧 음식이 나왔어. 세팅이 완료된 뒤에 K와 친구들은 서로 짠 것처럼 가방 속을 더듬거리더니 다들 포카와 인형을 꺼내 들었어. K의 포카, 그리고 K를 본떠 만든 캐릭터 인형이었어. 그리고 포카와 인형을 잡은 손을 내밀어 둥근 원 형태를 만들고, 한 명이 총대를 메고 사진을 찍었어. 사진을 공유받은 뒤에는 엑스(전 트위터)에 예절샷을 올렸어. 그러고 나선 식사에 집중했어. 솔직히 말하면 향이 센 음식은 취향이 아니지만, 그래도 K가 좋아한다니까 나름대로 즐거운 식사였어.
예절샷 : 식사 전 음식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이 예절이라는 일명 '트위터 예절'에서 유래한 말. 보통 음식과 포토카드가 함께 나오도록 찍은 사진을 의미한다.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81호(2023.12)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