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 비문학] 《세상을 바꾼 게임들》 무궁무진, 게임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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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게임은 디지털 게임만을 일컫는다.

    

가깝고도 먼, ‘게임

나는 게임이 싫었다. 신이 내게 게임 재능을 내려주지 않은 탓이다. 초등학생 때 <스타크래프트> <크레이지 아케이드> <카트라이더> <알투비트> 등 다양한 게임이 유행했다. 나는 그중 아무것도 안 했다. 못했기 때문이다. 물풍선을 상대에게 맞춰야 하는 <크레이지 아케이드>에서는 내가 쏜 물풍선에 내가 맞아 죽었고, 카트를 몰아 빠르게 달려야 하는 <카트라이더>에서는 시간 내에 골라인에도 도착 못 했다. 리듬게임 <알투비트>에선 한 곡을 다 플레이하기도 전에 게임오버되기 일쑤였다. 다른 사람들과 대전하는 온라인게임 특성상 끊임없이 승패가 갈렸는데, 나는 늘 패자여서 자신감이 뚝 떨어졌다.

 

그런데 게임이 싫고 무서우면서도 늘 게임이 궁금했고, 게임하는 사람들을 동경했다. 나는 경험의 공백을 대리만족으로 채웠다. 중학생 무렵부터 온라인 방송인의 게임 플레이 영상을 즐겨봤다. 게임을 직접 하지는 않으면서 언제나 곁에 두고 살았으니, 참 재미난 일이 아닌가. 내게 게임은 베일에 싸인 소개팅 상대 같았다. 까보긴 무섭고 궁금은 하고. 나와 게임 사이엔 한 발짝, 딱 그만큼의 거리가 있었다. 게임은 참으로, 가깝고도 멀었다.

    

처음으로 느껴본 게임의 맛

게임의 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한 건 올해 초였다. 나는 여느 때처럼 좋아하는 스트리머의 게임 플레이 영상을 보았다. 상당히 재미있어서 도합 열 시간도 넘는 영상을 몰입해 보았는데 마지막 엔딩을 남겨놓고 방송이 끝났다. 후반부 스토리가 궁금하면 직접 게임을 통해 알아보란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잠이나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자꾸만 그 게임이 아른댔다. 뒷부분이 너무 궁금해 며칠 밤을 고민하다 결국 게임을 샀다. 올해 나온 포켓몬스터 신작,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이었다.

 

엔딩이 궁금해서 시작한 포켓몬은 정말 미친 듯이재밌었다. 눈 시뻘겋게 뜨고 밤새가며 게임했다. 포켓몬도 깊이 들어가면 고수들의 심오한 세계가 펼쳐지지만,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만 목표로 삼으면 전혀 어렵지 않다. 널따란 지역을 달리며 귀여운 포켓몬을 잡았다. 게임 내 캐릭터들과 싸우며 이겼다. 포켓몬 도감을 채우고, 귀여운 옷도 모았다.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재미였다. 나는 게임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홀린 듯 이끌렸다.

 

 

그러고 나자 새로운 게임이 하고 싶어졌다. 게임이 없으니 허전했다. 닌텐도 대표작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시작했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 도라에몽이 주인공인 <도라에몽 진구의 목장 이야기>를 사서 100시간 이상 플레이했다. 할인을 노려 <역전재판> 등 유명 시리즈를 차례로 구매했고, <쥬라기 월드> 게임도 샀다. 어떤 건 하다가 관뒀고, 어떤 건 열심히 했다. 게임의 세계를 정신없이 탐닉했다.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80호(2023.11)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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