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부근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났다. 범인 조모 씨는 거리에 서 있던 이십대 남성을 살해하고, 또 다른 남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혔다(살인미수). 대낮에 범죄 대상도 없는 무차별 칼부림 사건에 시민들이 경악했다.
그로부터 10여 일 만인 8월 3일, 충격적인 사건이 또 터졌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 백화점 앞 도로에 있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 행인 5명에게 부상을 입힌 다음, 운전자 최모 씨가 차에서 내려 백화점 2층으로 올라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차에 치여 다친 피해자 한 명은 치료 중 숨을 거뒀다.
두 사건은 모두 일명 ‘묻지마 범죄’로 불리는데 이는 공식적인 용어가 아니다. 학술적 명칭은 ‘무동기 범죄’. 불특정 다수를 향한 강력 범죄가 연이어 터지자 시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일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신림역 사건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를 중심으로 ‘살인 예고’글이 올라와 사회적 혼란을 부추겼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8월 16일 오전 9시까지 이른바 살인 예고 글 383건을 확인했고, 작성자 164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7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글 작성자 가운데 십대 비율이 절반 정도에 이른다. 작성자들에 대한 검거가 이뤄지면서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인터넷 곳곳에 범죄와 테러를 예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묻지마 범죄’가 연이어 터지는 와중에 살인 예고까지 늘어나면서 사회적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지만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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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범죄, 반사회적 분노 때문?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저지르는 묻지마 범죄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2008년 논현동의 고시원에서 살던 정모 씨는 자신의 침대에 불을 지른 다음 불길에 놀라 뛰쳐나온 이들을 흉기로 무자비하게 공격했고, 이 사고로 6명이 숨졌습니다. 이 밖에도 종종 무차별 흉기 사건이 있었지요.
하지만 이번처럼 묻지마 범죄가 연이어 일어나고 뒤따라 수많은 ‘살인 예고’글이 인터넷에 올라오는 것은 이전과 완전 다른 양상입니다. 하나의 사회·병리적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요. 경향신문에서는 이러한 사회현상에 대해 “코로나19로 분기점을 맞은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어요. “막대하게 풀린 돈으로 인한 ‘유동성 잔치’ 국면이 끝난 후 찾아온 사회 전반의 ‘박탈감’이 반사회적 정서를 증폭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관점입니다.
일반적으로 묻지마 범죄는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불안정성을 겪는 이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기 어렵다는 좌절 속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르는 형태로 드러나는데, 코로나19 이후 노동시장과 경제 상황이 불안정해짐에 따라 반사회적 분노가 커지면서 나타난 사회문제라는 것이죠.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78호(2023.09)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