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웃을까?
세상 살다 보면 웃긴 일이 많다. 단순하게는 길을 가다가 난데없이 발이 꼬여 넘어지는 사람을 보고도 웃음이 나고, 유명 희극인이 영화 캐릭터 분장한 걸 보고 웃기도 한다. 웃다 보면 뇌가 깨끗해지는 느낌이 든다. 마음도 한결 산뜻해진다. 웃음에는 분명 신묘한 힘이 있다.
그런데 나는 얼마 전 참 이상한 현상을 하나 발견했다. 내가 기분이나 몸 상태가 더 나쁠 때, 더 자주 웃는 거다! 이 개인적인 경험을 일반화할 생각은 없다지만,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나는 심지어 전혀 웃기지 않은 걸 보고도 습관적으로 웃고 있었다. 솔직하게 고백한다. 춤과 노래 실력이 그저 그런 아이돌 가수의 무대를 보며 ‘웃기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저 묵묵히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해내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러니까, 나는 남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웃었다.
이 사실을 인지한 후로부터, 나는 나의 웃음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내가 웃음이 많아진 게 과연 행복의 징표일까? 내 웃음의 원천은 즐거움일까, 혹은 남을 깎아내리고 싶은 치졸한 욕망일까? 나에게는 정말로 웃을 ‘자격’이란 게 있는 걸까? 나는 왜 웃을까? 웃음은 천진해 보이는 얼굴 뒤에 잘 벼려둔 칼날을 감추고 있는 게 아닐까?
우스꽝스러운 경직성
《웃음》은 1927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이 웃음, 특히 ‘희극성’에 의해 발생하는 웃음을 주제로 발표한 세 논문을 엮은 책이다. 베르그송에 따르면, 웃음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다움에 관해 고찰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적인 것이 직접 연관되지 않는다면 희극성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성에 관한 고찰에는 훨씬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해야 마땅하겠지만, 이 책에서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성질에 집중하여 간략히 설명하자면, ‘연속성’이다. 우리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특정 인물의 목소리나 말투, 표정을 모사하는 개인기를 뽐내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2010년 드라마 <파스타>에서 배우 이선균 씨가 “봉골레 파스타 하나”라고 말한 이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같은 대사를 내뱉었는가. 2023년 현재까지 이선균 씨를 따라 하는 성대모사가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성대모사를 듣고 웃는다.
즉 우리의 영혼 상태는 시시각각 바뀌고 이 변화를 우리의 몸짓이 충실하게 따른다면, 그리하여 우리가 살아 있듯 몸짓 또한 살아 있다면, 결코 반복해서 같은 몸짓을 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이다. (…) 어떤 사람을 흉내 낸다는 것은, 바로 그 사람의 인격 속에 스며들어 있는 자동기계적 부분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것 때문에 인물은 우스꽝스러워지고, 그러한 모방을 보며 우리는 당연히 웃게 된다.
정리하자면, 시시각각 변화하는 인간 생의 본질과는 달리 멈춰 있거나, 뻣뻣하게 굳거나, 기계장치처럼 특정 동작을 반복할 때 희극성은 존재를 드러낸다.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78호(2023.09)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