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 비문학] 《집 없는 서민의 주거권》 주거, 단순히 '내 집 마련'의 문제가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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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어떻게 살고 있는가? 우리 사회의 주거문제

질문을 하나 던진다. ‘여러분은 어떤 곳에 살고 있습니까?’ 저마다 살고 있는 지역도, 주거 형태도 가지각색일 것이다. 인간 삶에서 필수적인 요소를 세 가지 꼽으라고 한다면 백이면 백 의식주를 말할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 어떤 공간에서 살고 있냐는 질문은 먹고 입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어떤 형태든 모든 나라에는 주거문제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지금 주거문제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한국도 물론 주거문제로 신음 중이다. 최근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된 건 전세사기다. 이외에도 수도권 인구 과밀과 그로 인한 주택 부족, 집값 폭등과 폭락 등은 모두 우리네 삶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청년층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청년사회에는 집값이 너무 올라 내 집 마련의 꿈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됐다는 체념이 지배적이다. 대학가에는 원룸에 가벽을 설치해 말 그대로 공간을 쪼개서 임대하는 불법개조 원룸이 판친다. 이러한 불법개조 원룸은 비좁을 뿐 아니라 소음에 취약하고, 화재와 같은 각종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지난해엔 기록적인 폭우에 서울 관악구의 한 반지하주택이 침수되어 일가족이 생명을 잃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반지하 주거공간의 취약성과 위험성에 대한 논의가 불거졌다. 정부도 반지하주택에 거주하는 가구를 이주시키겠다는 정책을 세웠다. 그러나 반지하주택의 인기는 여전하다. 불경기에 집값이 하락세를 달린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중산층 이상에 해당되는 얘기다. 여전히 서울 집값은 비싸고 싼값에 나온 반지하주택은 집을 구하는 이들에게 좋은 선택지다.

 

주거문제는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다.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구하기 어려워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아가거나, 혹은 아예 주거공간을 점유하지 못하기도 한다.

    

 

주택공급만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주거문제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자 지난 대선에서는 후보들이 부동산 공약을 앞 다퉈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간과 공공을 가리지 않고 임기 5년간 250만 가구 이상을 공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치권에서 나오는 다양한 부동산 공약은 서로 세부사항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비슷하다. 일단 공급을 늘리겠다는 게 골조다.

 

하지만 주거문제가 과연 공급만으로 해결될까?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이유로 사람들은 계속해서 수도권에 몰리고 있다. 제한된 공간에 무작위로 주택을 세우려다 보면 개별 주택의 주거환경이 미흡해질 뿐 아니라, 도시 경관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이는 또 다시 주거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그저 내 몸 하나 뉘일 공간만 있다면 우리는 충분히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주거란 정말 단순히 발붙일 공간이 있고 없고의 문제일까. 주거문제의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프랑스 사회주택의 역사를 통해 생각해보는 주거의 의미

책의 제목은 집 없는 서민의 주거권. 부제는 ‘1789년부터 현재까지 프랑스 사회주택의 역사, 프랑스의 사회주택 정책 사례를 분석한 책이다.

 

프랑스에서는 19세기 말 산업화를 맞이하며 농업, 장인 등 전산업화 시대의 생산구조가 사라지고, 제조업 분야가 성장하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기존에 농사를 짓던 소농과 손수 생산품을 제작하던 장인 등은 대부분 공장 노동자가 되었다. 금융자본은 공장이 신설되는 도시에 집중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인구 역시 농촌을 떠나 도시에 집중되었다. 책에서는 이 시기의 주거변화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자유주의경제 논리를 기반으로 한 산업화는 생산 단가의 최소화, 이윤의 최대화를 추구했다. 노동 분화, 생산수단의 집적, 자본의 공동출자와 제휴, 노동력 착취(예를 들어 1일 노동 12~4시간)가 일반화됐고, 서민층의 삶과 주거 조건에 막대한 충격을 줬다. 농촌인구가 도시의 산업 지구로 몰리면서 노동자 계층 전반이 주택난을 겪기 시작했다. 당시 노동자 가정은 빈민굴, 허름한 셋방, 고미다락, 동굴 등 아무 데나 살았다.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76호(2023.07)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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