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 키워드리포트] 발해를 알면, 한국사가 더 넓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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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 왜 이렇게 낯설까?

    

우리나라의 옛 왕조하면 떠오르는 나라 이름은? 아마 시기적으로도 제일 가깝고, 현대의 우리에게 많은 유산을 물려준 조선일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고려, 고구려·백제·신라 삼국 순이지 않을까.

 

발해698~926를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시대적으로 보면 삼국시대보다 가깝고, 영토도 전성기엔 고구려보다도 무려 1.5배가량이나 넓었는데, 왜 우리는  고구려·백제·신라보다도 발해를 현대로부터 훨씬 오래전의 국가로 여기는 걸까?

  

발해가 낯선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거란의 침입을 받고 229년이나 이어오던 역사가 단 한 달 만에 멸망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렇게 갑자기 멸망해버린 탓에 유민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현재까지 남아서 전해 내려온 유물이 거의 없다. 발해인들이 직접 편찬한 문헌들도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아서 발해사 연구를 하려면 당대 주변국의 기록이나 후대 역사서에 의존해야 한다. 발해에 대한 연구가 어려우니 낯선 국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둘째, 발해의 영토가 심리적으로, 또한 거리상으로도 먼 만주 지역에 있었다는 점이다. 발해의 면적은 그야말로 광활했는데, 고구려 영토인 압록강·임진강 너머 만주 일대를 통치했다.

 

발해는 만주와 한반도 북부를 다스리고, 통일신라676~935는 한반도 중남부를 통치하며 우리 역사는 남북국 시대를 맞았다. 하지만 발해 멸망 이후 한국사의 무대는 한반도로 제한됐다. 그래서 우리의 초점도 한반도 안에 머물게 됐다. 통일신라와 그로부터 기원한 고려, 고려에서 조선으로 한국사의 흐름이 이어지면서 만주를 호령했던 발해의 역사는 점차 잊혀 갔다.

 

거란 : 5세기 이래 만주 지역에 흩어져 살던 퉁구스-몽골계 유목민족으로오랫동안 국가 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여러 부족으로 갈라져 살면서 고구려와 돌궐·당나라의 간섭을 받았다당이 쇠락하자 부족장 야율아보기가 여러 부족을 통합발해를 정벌하고 요나라(916~1125)를 세웠다.



발해를 알아야 한국사를 더 넓게 볼 수 있다 

    

우리에게 생소한 발해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뭘까? 한국사 속에 발해의 지위를 정확하게 세워야 한국사를 더 넓고 깊게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발해의 역사가 한반도를 넘어 만주로까지 확장돼 있기 때문이다.

 

발해는 한국의 역대 왕조 중 가장 광활한 영토를 확보한 나라였다. 지금의 북한 지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지역에 걸쳐 있었다. 이 때문에 한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도 발해의 역사를 연구하고 있고, 각각 자신들의 이해에 맞춰 발해의 역사를 해석하고 있다.

  

발해 역사 연구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발해의 민족 구성이 어땠는지와 발해 사람들 스스로 어떤 나라의 역사를 계승하고 있다고 여겼는지다. 이는 오늘날 발해가 어느 나라의 역사에 귀속되는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서 남북한과 중국의 관점이 다르다.

 

발해는 고구려 유민들과 만주 지역에 널리 퍼져 살던 유목민족인 말갈이 함께 세운 나라다. 우리나라와 북한은 발해 내 말갈족이 고구려 때부터 한민족에 동화되었고, 발해 스스로 고구려를 계승했다고 내세운 만큼 발해를 한국사로 귀속한다. 반면 중국은 발해 내 말갈의 존재를 강조하면서, 발해는 고구려를 계승한 한국의 왕조가 아니라 당나라의 지방 정권이었다고 주장한다.

 

발해는 정말 당나라의 지방 정권이었을까? 김정배 전 고구려연구재단 이사장은 발해가 고구려를 이은 자주국으로, 주민 구성·역사적 계승성·문화 등 모든 면에서 한국사의 중요한 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해오는 자료도 많지 않고, 발해의 영토였던 만주 지역을 찾아 고증하기 어려워서 우리가 발해사를 소홀히 다뤘던 것도 사실이다. , 발해 역사를 두고 국가 간 논쟁이 벌어진 데에는 발해를 북쪽 멀리에 있는 한국사의 곁가지로 여기고, 발해의 역사를 깊이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우리 책임도 있다는 얘기다.

 

발해는 결코 한국사의 곁가지로 치부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왕조다. 우리 역사는 발해 이전 이미 고조선에서부터 부여, 고구려 시대에도 광대한 만주 지역을 영토로 삼아왔다. 그 마지막 줄기가 발해다. 발해는 한국사를 한반도를 넘어 더 넓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발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말갈 : 6세기부터 7세기까지 만주와 한반도 북부 지방에서 살았던 퉁구스계 여러 종족을 통틀어 일컫는 말. 발해가 거란에 의해 멸망한 뒤엔 여진이라 불렸고, 금나라(1115~1234)를 세웠다. 금의 멸망 이후 여진은 부족장 누르하치에 의해 다시 통합되며 만주족으로 불리었고 청나라(1616~1912)를 세웠다.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74호(2023.05)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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