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 키워드리포트] 음식에 중독된 현대인, 무엇을 먹는지 돌아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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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인류,

달고 기름진 음식에 본능적으로 끌린다

1만 년 전 수렵·채집을 하던 인류는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산과 들을 넘나들며 먹을 걸 찾아 헤맸다. 불과 50년 전에도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앞산에서 나물을 캐서 단출한 식탁을 차려 먹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주위엔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조금만 출출해도 크림치즈를 바른 베이글, 라면, 치킨 등 맛 좋고 다양한 음식을 찾는다. 몇십 년 만에 일어난, 실로 급격한 변화다.

 

이 변화의 양상을 들여다보면 식량이 풍부해졌을 뿐 아니라 더 맛있는음식이 가득해졌음을 알 수 있다. 20세기 경제 성장과 함께 세계 녹색 혁명, 공장식 축산의 확대가 맞물려 굶주릴 걱정을 덜자, 인류는 맛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사카린·치킨 스톡과 같은 인공 감미료를 개발해 입맛에 맞게 모든 식품을 가공하기 시작했다. 이때 입맛이란 더 달고 기름진 맛을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달고 기름진 음식에 대한 선호는 우리 몸에 각인되어 있다. 원시 시대부터 인류의 생존에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단맛은 과일이 썩지 않고 싱싱해 먹어도 안전하다는 신호다. 또 당분을 함유한 음식을 섭취하면 우리 몸의 기본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얻을 수 있다. 칼로리가 높은 기름진 음식은 며칠간 굶어도 생존할 수 있게 돕는다.

 

그러나 원시인이 이런 음식을 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단맛이 나는 과일은 한철이었고, 애써 사냥해야 얻을 수 있는 고기는 물론 기름도 아주 귀했다. 그러니 구할 수 있을 때 양껏 먹어야 했다.

 

현대는 예전과 달리 음식 걱정을 하는 시대가 아니다. 아이스크림·소시지 등 초가공식품이 사방에 널려 있고, 외식 빈도도 늘었으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칼로리 높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우리의 몸은 자꾸만 더 달고 기름진 음식을 먹길 원한다. 과거에 사로잡힌 우리의 식습관이 오늘날의 생활 환경과 어마어마한 부조화를 이루게 된 것이다.

    

 

녹색 혁명 : 20세기 후반 전통적 농법과 달리 품종개량, 화학비료, 살충제와 제초제 따위의 과학기술을 농업에 적극 적용함으로써 식량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늘린 여러 개혁을 일컫는 말

초가공식품 : 공장에서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쳐 대량 생산되고 다양한 첨가제가 들어가는 등 가공 정도가 높은 식품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73(2023.04)에 실린 글입니다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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