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다양한 분야의 인간 노동을 대신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더 많은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순간에도, 우리는 인간의 감성과 창의성으로 빚어내는 예술 분야만큼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을 것으로 믿어왔다. 그래서 많은 미래 학자들도 AI가 넘볼 수 없는 직업으로 화가·사진사·작가·지휘자와 작곡가·애니메이터 등을 꼽았다.
이런 인류의 낙관이 보기 좋게 무너지고 있다.
2022년 9월,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전에서 AI 화가의 작품이 당당히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이 미술전의 디지털 아트 부문 1위를 게임기획자 제이슨 M. 앨런이 AI로 생성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 차지한 것.
이보다 앞선 2018년, 세계 최대 경매회사 크리스티 미국 경매에서는 큰 이변이 생겼다. ‘에드몽 드 벨라미의 초상’이라는 회화가 43만 2,500달러, 한화로 약 5억 원에 낙찰됐다. 애초 예상가보다 40배가 넘은 높은 가격에 낙찰된 이 그림은 AI 화가의 작품이다. 같은 경매에서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작품은 7만 5,000달러약 8,500만 원에 낙찰됐다.
‘에드몽 드 벨라미의 초상’은 프랑스의 예술공학 단체 ‘오비우스’가 AI를 활용해서 그린 회화 작품이다. “풍채가 있는 한 남자의 얼굴과 상반신을 흐릿한 형태로 묘사해 매혹적인 느낌이 든다(AFP 통신)”는 호평을 받았다. 작품의 우측 하단에는 ‘min G max D Ex[log(D(x))] + Ez[log(1-D(G(z)))]’라는, 수학 공식처럼 생긴 서명이 있다. 작품 제작에 쓰인 알고리즘이다.
AI 화가의 작품이 상도 받고, 경매에서 낙찰돼 팔려나갔다는 소식 안에는 우리가 풀어야 할 다양한 숙제들이 빼곡하게 들어 있다. 오비우스 측은 “창작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인공지능이 만든 예술을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은 오히려 어렵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예술품의 창작자가 누구든 이를 감상하는 사람들이 예술적으로 느낀다면 AI 화가의 작품도 충분히 ‘예술적’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다음과 같은 문제들에 대한 답은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연 ‘에드몽 드 벨라미의 초상’은 AI가 창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 작품의 완성에 이바지한 개발자와 예술가들을 공동 창작자로 봐야 할까? AI와 저작권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그림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AI 창작물이 쏟아지고 있다. 인공지능 예술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에게 어떤 질문들이 던져지고 있는지, 이에 대해 어떤 답을 마련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가 왔다.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72호(2023.03)에 실린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