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 문학] 《마담 보바리》 공허와 권태가 낳은 파멸적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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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허영이 아니라 절제에서 온다

 

프랑스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는 19세기 파리를 들썩이게 한 매력적 연애소설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엠마 보바리,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에 사는 소시민 여성이다. 엠마의 두 차례 불륜과 비극적 죽음을 다룬 이 작품은 1857년 출간되자마자 ‘외설 시비’에 휘말렸다. 작가와 편집자는 대중적·종교적 도덕성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해 법정에 불려 나갔고, 엄청난 벌금을 내고 감옥에 갈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몇 달에 걸친 법정 투쟁 끝에 무죄 판결이 났다. 화제가 된 작품은 무삭제로 출판되어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플로베르는 프랑스 문단의 별로 떠올랐다.

 

이 작품을 지배하는 감정은 ‘연애’가 아니라 ‘환멸’이다. 플로베르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사랑이 사실이 아니라 낭만적 열정에 빠져서 엄연한 현실을 외면하는 자기기만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에게 알리려 애쓴다.  

 

우리는 모두 엠마와 같은 사랑을 꿈꾼다. 재미없는 인생에 한순간 나타나는 구원 같은 사랑, 첫눈에 정신을 빼앗고 이성을 파괴하며 모든 것을 내주도록 이끄는 사랑…. 이런 꿈마저 없다면 무미건조한 일상이 가져오는 단조롭고 지루한 생활을 도무지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플로베르가 “보바리 부인은 바로 나다”라고 말한 이유이다. 우리 마음에는 누구나 보바리 부인이 산다. 낭만에 매혹당한 이 마음은 소설에서 ‘병적인 허기’와 ‘탐식의 욕망’으로 자주 나타난다. 결혼식 잔칫상은 엠마가 충족했으면 하는 화려한 삶을 선명히 보여준다.

 

채끝 네 덩어리, 닭고기 프리카세 여섯 개, 송아지 고기 스튜, 양의 넓적다리 고기 세 덩어리, 한가운데에는 참소리쟁이를 넣은 순대 네 개를 곁들인 예쁜 새끼돼지 통구이가 놓였다. 노란 크림을 담은 큰 접시들은 탁자가 조금만 충격을 받아도 출렁거렸는데, 고른 표면에는 작은 사탕과자로 된 아라베스크 필체로 신랑 신부 이름의 머리글자가 씌어 있었다. 과일 파이와 누가는 이브토에 있는 과자 기술자를 불러와서 만들었다.    

 

파리에서 온 셰프와 파티시에가 만든 음식이 시골집 헛간을 가득 메운다. 행복한 결혼이라는 허세를 연출하려고, 기둥뿌리를 뽑아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화려한 음식을 마련한 것이다. 행복이란 남이 가진 것, 도무지 얻을 수 없는 것을 갈망하기보다 내게 이미 주어진 것에서 만족을 얻는 마음, 즉 절제에서 온다. 행복한 사람은 로맨스 판타지 소설 속 여주인공을 꿈꾸지 않고 성실하게 생활을 꾸릴 줄 알면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한걸음 물러서서 보면, 동화 속 왕자님보다 내 곁의 삼돌이가 언제나 더 낫다. 허영에 사로잡힌 결혼이 행복할 리 없다. 현실은 언제나 시궁창이기 때문이다.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69호(2022.12)에 실린 글입니다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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