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 비문학] <종의 기원> 진화한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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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는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인터넷 포털도 진화하고, 자동차도 진화한다. 물론 이때의 진화의 의미는 매우 협소하다. 다른 것으로 바뀌되 보다 발전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로 쓰이기 때문이다. 《종의 기원》에서 다윈이 말하는 ‘진화’는 이와 사뭇 다르다. 다윈은 발전이 아니라 변화 그 자체를 중요시했고, 자연에 의해 선택되는 종들이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에서 다양성이 넓어지는 신비로움에 관심을 두었다. 

 

물론 단순함이 복잡함으로 바뀌는 것이 발전이라 하면 진화의 전체 과정 역시 발전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물에 한해서는 복잡함이 가치 있는 것이며 우수한 것이라 말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다윈의 생각은 이렇다. 

 

“어떤 동물이 다른 동물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습다. 사람들은 지능을 가진 인간의 탄생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를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나 지능이 아닌 다른 감각을 지닌 곤충의 등장은 더욱 놀랍다. 아름다운 초원과 숲으로 덮인 지구 위에 사는 존재라면 어떻게 감히 지능이 세상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생물학에도 진화에 대한 다양한 정의들이 있다. “생물개체군의 성질상에 나타나는 세대 간 변화(민코프, 1983)” “생물개체군에서 일어나는 적응과 다양성에서 일어나는 변화(마이어, 1997)” “변화와 다양화를 동반하는 혈통 계승(푸튀마, 1998)” 등.

다윈 이후에 등장한 이러한 정의 간의 차이는 별로 크지 않다. 한마디로 진화란 자연계 속의 수많은 생명체가 영양, 생식, 제반 환경조건 등에 동일하게 제약을 받으며 상호 연관되어 변한다는 의미이다.

 

 

 

생물학을 넘어선 혁명적 이론

 

미국의 언론인, 학자,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지난 1,000년간 인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 1,000명을 설문조사로 선정했는데 그 결과 다윈은 전체 순위 7위, 과학자 중 갈릴레이와 뉴턴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이는 그만큼 다윈의 이론이 생물학적 발전뿐 아니라 다른 무수한 학문의 발전에 크나큰 영향을 끼쳤고, 인류의 생활 자체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자연선택론에 기반한 다윈의 진화론은 인류의 사고체계를 크게 흔들어놓았다. 다윈 이전에 자연과학의 사상적 기반은 본질주의였다. 즉 사람들은 이 세계가 창조된 이후 고정불변하다고 생각했고, 당연히 생물의 종 역시 영원불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질학 원리》를 통해 다윈에게 큰 영향을 준 영국의 지질학자 라이엘조차 한 종이 다른 종으로 변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특정 지역의 동물상이 계속 바뀌는 이유는 특정 종이 멸종한 뒤에 새로운 종이 탄생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찰스 다윈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뜨린 인물이다. 다윈의 이론은 사람들에게 이 세상의 사물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그들 간의 관계 역시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라는 사고체계를 선사했다. 노예로 있던 사람이 언제나 노예로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다윈은 불합리한 사회관계를 개혁해 나갈 수 있는 사상적 기반을 주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다윈의 이론은 생물학의 발전뿐 아니라 철학·사회학·경제학·심리학·법학 등 다양한 학문 영역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하여 다윈의 진화론을 흔히 ‘다윈 혁명(Darwinian Revolut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연도 선택한다! 

 

다윈의 이론은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을 창출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1831년부터 5년간 무보수 박물학자로 탐험선 비글호를 탄 다윈은 남아메리카 에콰도르 해안선으로부터 약 1,000㎞ 떨어져 있는 갈라파고스 제도(13개의 큰 섬과 여러 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에서 의문점을 발견한다. 다윈은 그곳에 있는 거대 갈라파고스 거북과 핀치새를 보고, 이들이 남아메리카에 조상을 둔 종들의 후손임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런데 문제는 갈라파고스 제도 각 섬마다 사는 거북의 등껍질 생김새가 천차만별이었고, 핀치새의 크기와 부리 또한 크게 다르다는 점이었다. 특히 핀치새는 다윈에게 진화론을 생각하도록 하는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했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차이였지만 어려서부터 수많은 곤충과 식물을 관찰해왔던 다윈은 그냥 보아넘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윈은 곧 한 가지 의문에 빠졌다. 특정한 먹이를 먹기 편리하도록, 부리가 다르게 생긴 여러 유형의 핀치새가 어떻게 출현하게 된 것일까? 다윈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지만, 신이 세상을 창조한 그날 13종의 핀치새가 동시에 만들어졌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처음에 섬에 도착한 핀치새가 여러 섬으로 퍼지면서 그 섬의 환경에 맞게 신체 특성이 변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도달하였다. 

 

또한 곤충이나 토끼의 번식력을 계산한 결과, 다윈은 ‘생존경쟁’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는 파리 한 마리가 한 번에 200개의 알을 낳는데, 이것들이 모두 부화한다면 그중 암컷은 절반인 100마리일 것이라 가정했다. 그 암컷 파리들이 다시 알을 낳으면 파리는 총 2만 마리가 되고, 이렇게 세 번의 번식 과정을 거치면 파리는 200만 마리로 늘어난다. 이 계산에 따르면 결국 이 세상은 파리로 뒤덮일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0개의 알에서 태어난 파리 중 이후 번식할 수 있는 개체는 두세 마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1년에도 몇 번씩 새끼를 낳는 토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윈은 이 계산을 통해 ‘자연도태’ ‘생존경쟁’이라는 중요한 개념을 도출해냈다. 

 

이 개념은 이후 ‘자연선택’이라는 혁신적인 발상으로 이어진다. 자연선택은 크게 두 단계다. 우선 교배를 통해 유전적으로 다양한 개체들의 변이가 출현한다. 그 다음에 자연 환경의 제약과 생존경쟁 속에 어떤 개체가 살아남고 번식하느냐는 자연선택 단계가 남는다. 즉 특정 환경에서 살아남기 유리한 개체가 살아남고, 불리한 개체가 도태되는 것이다.

 

다윈은 인간이 기르는 동식물들에서 나타나는 변이를 인위선택이라 설명하고, 긴 시간만 주어진다면 자연선택의 출현은 필연적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생식과 관련된 경쟁 과정에서 자웅雌雄선택이 발생한다는 사실도 설명해 자연선택을 활용한 진화론의 종합적인 그림을 그려내기에 이른다.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67(2022.10)에 실린 글입니다무단 전재 및 복사는 불법이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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